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모델로 활동했던 가수 로제. /사진=아모레퍼시픽
4일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분기 매출이 1조681억 원으로, 전년(9633억 원) 대비 10.9%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코스알엑스 자회사 편입 효과에 힘입어 전년(288억 원)의 3배에 육박하는 750억 원을 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23.8% 성장한 516억 원이다. 외형과 내실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면서 그간의 부진을 털어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21년 연 매출 5조3261억 원을 달성한 후 2년여 넘도록 역성장을 이어갔다. 회사 연 매출은 2022년 4조4950억 원에서 2023년 4조213억 원으로 매해 두 자릿수 넘게 감소율을 나타냈다. 그러던 것이 올 3분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역성장 고리를 끊어냈다. 앞서 코스알엑스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 2분기에도 매출이 2.4% 감소했던 터였다.
구체적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이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에서는 럭셔리 기초라인 설화수가 국내 최대 MBS(멀티브랜드숍)인 올리브영에 입점했고, 해외에서는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가 미국 최대 이커머스인 아마존에서 호실적을 기록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매출은 9772억 원으로, 전년(8888억 원) 대비 9.9% 상승했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등을 전개하는 럭셔리 부문 매출이 전년(2988억 원)보다 6.3% 오른 31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에는 6.8% 하락했지만, 이를 1개 분기 만에 그만큼의 성장률로 전환한 것이다. 설화수의 대표 라인인 ‘자음생’을 리뉴얼했고, 해외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를 국내로 초청해 이벤트를 전개한 점도 효과를 봤다. 최근 ‘APT.(아파트)’로 글로벌 차트 점령에 성공한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설화수 모델로 기용해 추석 기간 팝업 이벤트를 펼쳤던 점도 이 같은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다만, 라네즈와 마몽드 등의 프리미엄 라인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쟝센, 해피바스 등의 생활용품 부문도 국내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기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부문 매출은 전년(1110억 원) 대비 19% 하락한 903억 원을, 생활용품은 0.5% 소폭 오른 981억 원을 기록했다. 향후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뷰티 채널로 떠오른 다이소로 판매망을 넓히면서 초저가 마케팅도 구상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38.4%(19만2000주)를 18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잔여 지분 57.6%(28만8000주)를 75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추가로 사들였다. 코스알엑스는 2013년 창립한 뷰티 회사로, 사업 초기부터 국내보다는 해외로 파고들었다. 미국 아마존과 이베이 등 글로벌 이커머스에 제품을 입점하면서 매해 성장세를 이어갔다. 코스알엑스의 최근 3년간 매출 추이만 봐도 2021년 1233억 원에서 2022년 2044억 원, 2023년 4862억 원으로 연평균 60%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 기운데 해외 매출 비중은 90%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코스알엑스의 올해 예상 매출을 7000억 원대로 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소비 침체와 채널 조정으로 중국 매출이 34%나 떨어졌지만, 태국과 일본 등의 지역에서 K뷰티 강세로 매출이 전년(870억 원) 대비 52% 오른 1325억 원을 냈다. 중국에서 빠지는 만큼 다른 국가에서 이를 채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와 라네즈, 헤라, 에스트라 등이 골고루 성장했다. 현지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넓히면서 시너지를 높였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비중은 서구권이 지난해 9.3%에서 올해 20.6%로 확대된 반면 중국은 16.6%에서 10.0%로 축소됐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만큼 이를 해외로 다변화한 점을 볼 수 있다.
그 외 주요 자회사로는 에스쁘아와 오설록의 성장세가 눈길을 끈다. 이니스프리나 에뛰드와 다르게 매장 한 곳만 운영하는 에스쁘아는 이번 3분기에 매출이 전년(134억 원)보다 46% 오른 195억 원을 기록했다. 에스쁘아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쿠션과 아이라인 메이크업 카테고리를 늘리면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아모레퍼시픽 유일 식품 자회사인 오설록도 매장 리뉴얼과 출점을 이어가면서 3분기 매출이 전년(195억 원) 대비 10% 상승한 214억 원을 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3조805억 원(잠정)으로 집계, 전년(3조33억 원) 대비 2.6%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과 다이소와 같은 채널 다변화에 힘을 줬고, 해외에서는 코스알엑스를 중심으로 판로 개척에 노력을 기울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3분기 탄력을 이어받아 지난 3년의 역성장을 끊어낼지 주목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