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N] 올들어 KB·우리·농협은행서만 1400억 금융사고…최다 유형 보니 [은행권 내부통제 새로고침]
이미지 확대보기[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은행권이 최근 몇 년간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금융사고 근절을 약속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적발된 10억원 이상 규모의 금융사고만 총 1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금액은 1400억원에 육박했다. 금융사고 유형은 대출 관련 배임과 횡령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5일 한국금융신문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10억원 규모 이상 금융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총 13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규모는 1374억원에 달했다.
올해 금융사고는 국민·우리·농협은행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은행별 사고 금액(각사 공시 기준)은 국민은행이 514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 450억1000만원, 우리은행 410억원 순이었다.
국민은행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3건의 부당 대출 사고가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안양의 한 영업점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상가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담보가치를 부풀려 104억원을 대출해주는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4월에는 용인의 한 영업점에서 동탄 지역 집합상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272억6500만원의 담보대출을 내주면서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한 사실이 발견됐다. 해당 대출은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뤄졌다.
대구의 한 영업점에서는 2020년 8월 31일부터 올해 3월 8일까지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등 총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 신청인의 소득이 과다하게 산정되는 등 채무상환 능력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직원 횡령 사건도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26억원 규모의 직원 사기에 의한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해당 직원은 2019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대기업 계열 청소 용역업체로부터 인력을 받은 것처럼 허위로 꾸미고 근무 시간을 부풀려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농협은행에서는 올해 6건의 사고가 발견됐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A영업점 직원이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9억원 규모의 부동산 관련 담보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 금액을 과다 산정한 사실을 적발했다.
5월에는 농협은행 B영업점에서 2018년 7월 16일부터 8월 8일까지 11억225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동산 가격 고가 감정으로 초과 대출이 이뤄졌다. C영업점에서는 2020년 8월 11일부터 지난해 1월 26일까지 채무자가 위조한 공문서를 확인하지 않고, 감정가보다 높게 가치를 책정한 초과 대출 사고가 53억4400만원 규모로 발생했다.
9월에는 D영업점 직원이 2020년 6월부터 올 8월까지 지인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일으킨 후 지인 명의 계좌로 자금을 이체받는 방식으로 117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들어선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 사건 2건이 각각 140억원, 15억원 규모로 적발되기도 했다.
우리은행에서는 3건의 금융사고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착수한 우리은행 수시검사에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닫기손태승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당 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넘겨 받아 부당 대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말 해당 금융사고 금액으로 관련 여신 부실 금액인 165억원으로 공시했다가 최근 여신 잔액인 249억원으로 정정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우리은행 김해금융센터 직원이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를 도용해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 177억7000만원을 빼돌린 횡령 사고가 적발됐다.
이 직원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개인 대출고객 2명에게 연락해 남아 있는 대출 절차를 위해 이미 입금된 대출금을 잠시 인출해야 한다고 속이고 약 2억2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우리은행은 피해액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105억원을 금융사고 금액으로 공시했다.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55억5900만원 규모의 사기 혐의 금융사고도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대금 대출 과정에서 대출자가 허위 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걸러내지 못했다가 지난 8월 초 영업점 종합검사 중 사기 의심 대출거래를 발견했다.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 7월 2일부터 8월 1일까지다. 손실 예상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문제가 된 대출의 담보가액은 79억8800만원이다.
[DQN] 올들어 KB·우리·농협은행서만 1400억 금융사고…최다 유형 보니 [은행권 내부통제 새로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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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요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의 대부분은 대출 관련 배임·횡령 사건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부동산 등 담보물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해 초과 대출을 내준 사례가 집중됐다. 담보물에 대한 대출 한도액을 초과하거나, 담보로 할 수 없는 물건을 담보로 해 고의로 대출한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부당 대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는 부실한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지목된다. 금감원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은행권 중소기업 부동산담보대출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다수 은행에서 감정평가액 부풀리기나 대출 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기 위한 업무 방법 및 전산시스템상 미비점이 확인됐다.
상당수 은행에서는 영업점의 대출 취급자가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어 대출 취급자의 공정하지 않은 가치평가를 차단할 수 있는 직무분리 체계가 미흡했다. 일부 은행은 감정평가액이 실제 매매가격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에도 검증 없이 담보가액으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대출한도가 과다하게 산정되고 있었다. 영업점 자점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자점검사 책임자의 개인 역량에 따라 점검 수준의 편차가 커 사후 점검의 실효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여신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관련 모범규준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은행권 공통 개선 과제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매매가‧감정평가액 부풀리기를 예방하고 대출한도 과다 산출을 통제하는 은행의 사고 예방 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감독‧검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광고보고 기사보기 금감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산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발생 원인 등을 발본색원해 엄중한 책임을 묻을 것”이라며 “책무구조도 안착, 내부통제 강화를 지원·점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그룹 차원에서 자체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초 신설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TFT’를 통해 책무구조도를 마련하는 한편 ‘책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에 따른 점검 활동과 개선조치 사항을 상시 등록·관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각 부점장들의 효과적인 내부통제 관리 활동을 돕기 위한 ‘부점장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을 운영한다.
KB금융은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도 신설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책임감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준법감시인 산하 책무관리 업무 전담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문화를 정비하기 위한 윤리문화 쇄신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임종룡닫기임종룡광고보고 기사보기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그룹사 전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여신심사 관리 프로세스 개선 ▲자회사 임원 선임 사전 합의제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정무위원들의 질타에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갖고 있다”며 “이런 의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지난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 참석해 “지난 8월 계열사 대표들을 소집해서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라고 부탁했다”며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직원의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금융권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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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