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후순위채 청약 및 배정 내역./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미지 확대보기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 18일 1800억원 규모 후순위채(6년물)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채권 형태지만 신종자본증권(영구채)처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후순위채는 잔존기간이 5년 미만일 경우 매년 20%씩 자본 인정 규모가 축소된다. 즉, 이번에 발행된 후순위채는 2년 후(잔존만기 4년)부터 매년 360억원씩(1800억원/5년) 자본규모가 감소한다는 의미다.
대신증권이 자본확충에 집중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5개 계열사(대신에프앤아이, 대신저축은행, 대신자산운용, 대신자산신탁, 대신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4801억원 배당을 받았다. 또 지난 3월에는 23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대신증권 RCPS 발행 개요./출처=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은 대부분 고스란히 각 계열사에 증자 형태로 다시 흘러 들어갔다. RCPS 역시 최근 발행한 후순위채처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을 받지만 투자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 부채 성격도 지니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동안 대신증권이 조달한 자본은 무려 1조원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이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자본의 질적 구성이 우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종투사 선정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과 이익의 동반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대신증권은 현재 ‘국내 10호’ 종투사를 놓고 교보증권과 경쟁중이다. 금융당국의 종투사 제도 개편 이슈가 두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대신증권이 교보증권 대비 다소 불리한 상황이다.
우선 대신증권은 대신파이낸셜그룹 내 핵심계열사이자 다수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타 종투사들이 모회사나 그룹으로부터 지원 등을 받고 있다는 점과 비교할 때 대신증권은 기댈 곳이 없는 셈이다. 대신증권이 종투사 진출에 더욱 간절한 이유 중 하나다.
별도 및 연결 기준 순자본비율 추이(왼쪽은 대신증권, 오른쪽은 교보증권)./출처=나이스신용평가
이미지 확대보기대신증권의 별도 및 연결 기존 순자본비율을 비교해봐도 그 간절함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신증권의 연결 기준 순자본비율은 345.2%(후순위채 발행으로 479.3%로 상승), 별도 기준 순자본비율은 220.2%다.
종투사 진출 경쟁사인 교보증권의 별도 및 연결 기준 순자본비율(각각 319.8%, 325.4%) 대비 대신증권의 별도 및 연결 기준 격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결 기준에서는 대신증권에 반영되는 자회사 자본과 부채 등 전체 자산이 늘면서 자본여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대신증권이 종투사 선정 시 사업영역 확대에 따른 자회사와의 시너지(수익성, 리스크 분산 등)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자본성 증권들이 무기한 ‘자본’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대신증권은 지원을 받을 수도,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그 중 한 곳이 대신증권이었다. 대신증권 자사주 비중은 26.07%로 부국증권(42.73%), 신영증권(36.08%)에 이어 3번째로 높다. 한편, 최대주주 비중은 대신증권(양홍석 외 11인)이 17.04%로 전체 상장 증권사 중 가장 낮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100%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신증권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을 통한 종투사 진출 및 수익성 개선이 우선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현 시가총액 기준 최소 2000억원 이상 자본이 축소된다. 대신증권이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대신증권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이미지 확대보기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확충과 동시에 종투사 진출에 성공해도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개선을 담보하기 어렵다. 설령 자사주 소각을 발표해도 RCPS 물량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오버행 이슈로 작용해 재차 기업가치를 끌어내릴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실질적 부채’ 성격을 지닌 자본성 증권의 부메랑이다.
그럼에도 대신증권은 자본확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은 사옥 매각 혹은 리츠를 통해 리츠를 유동화 시키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다만, 매각은 협상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츠 또한 투자자 기대를 저버리면서 원활한 조달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탓에 여타 증권사 대비 자금조달 창구가 다소 제한된다”며 “결국 수익을 내고 비용을 줄여서라도 자본확충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신증권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것도 우선 고정비 비중을 낮춰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