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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수익성’ vs 은행 ‘안정성’…고객 잡기 치열 [400조 퇴직연금 시장, 실물이전 격돌]

한아란 기자

aran@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4-10-28 00:00

증권, 연금 ETF 주목…적립식 자동 투자 확대
은행, 점유율 절반에도 증권 공격 성장에 ‘긴장’
고수익 상품 라인업으로 고객 이탈 방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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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수익성’ vs 은행 ‘안정성’…고객 잡기 치열 [400조 퇴직연금 시장, 실물이전 격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정선은 기자] 오는 31일 '퇴직연금 갈아타기(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개시되면서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기사 2, 3면

증권업계에서 높은 수익률을 무기로 자금 유치를 노리는 가운데 안정성을 강점으로 시장을 선점해 온 은행권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400조793억원으로 전년 동기(349조8935억원) 대비 14.3% 늘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은 은행권에 잔액이 잡혀있다.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210조2811억원으로 전체의 52.6%를 차지한다.

증권업계 적립액은 96조5328억원으로 24.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적립액 규모 자체는 은행권이 압도적이지만 증권업계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증권업계의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증가율은 19.8%를 나타냈다. 보험업계(6.7%)는 물론 은행권(15.6%)도 크게 상회한다.

증권업계의 강점은 높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연간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7.11%로 전체 평균 5.26%를 웃돌고 있다. 은행은 4.87%, 생보 4.37%, 손보 4.63%로 전체 평균을 밑돈다.

오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 기존 상품 처분과 포트폴리오 재구성이라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면서 수익률에 관심이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퇴직연금 이동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로 상품을 갈아타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가입한 퇴직연금 상품을 해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금융사를 바꾸려면 보유한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화해야 이전이 가능해 중도해지에 따른 비용, 손실 부담을 지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렸다가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앞으로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금융사로 이전이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시행으로 최대 이동할 수 있는 퇴직연금 자금을 확정기여형(DC) 상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상품 규모인 총 190조원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인 은행·보험사와 달리 공격 투자형 등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무기로 머니무브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연금 계좌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비중이 점증하고 있는 데 주목한다. 증권사들은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하는 등 준비를 갖추고 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 신규 개설 고객 등을 대상으로 실물이전 정보 등록 시 현금, 경품 등을 지급하는 사전예약 이벤트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실물이전 도입 이후 사후 이벤트를 연말까지 계획하는 등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IRP 운용·자산관리수수료 제로(0) 등도 주요 마케팅 포인트다. 대면뿐만 아니라 비대면까지 적용해서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실물이전은 전통적으로 투자에 강한 증권업에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증권사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ETF 등 고수익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은행은 증권사보다 상품 심의 과정이 까다로워 라인업이 부족한 경향이 있었다.

현재 은행 연금에서 계좌 거래 가능한 ETF 상품은 100~170여개인 반면, 증권사에서는 최대 700개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또 증권사 연금계좌에서는 주식과 같이 실시간으로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은행은 예약매매와 같이 미리 주문하는 형식으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국민은행은 예금 상품을 현재 830개에서 890개로 늘리고 ETF는 68개에서 101개로 늘린다. 신한은행은 펀드를 기존 358개에서 413개로, ETF는 131개에서 177개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펀드와 ETF, 원리금보장상품을 725개, 110개, 302개로 늘렸다. 이에 더해 ETF를 14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현재 115개인 ETF를 50개 이상 추가하기로 했다. 78개 ETF를 보유한 농협은행도 연내 미국 주가지수 및 정보기술(IT) 분야, 채권형 상품을 10개 이상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에 대응해 내부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고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가수 윤종신과 배우 이정하가 모델로 출연한 퇴직연금 광고를 공개했다.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탄탄한 신한은행 퇴직연금’ 메세지를 내세웠다.

하나은행은 이달 2일부터 가수 안유진이 참여한 '퇴직연금, IRP는 하나은행' 광고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가수 아이유가 등장하는 '퇴직연금의 A to Z, 우리 연금프렌즈' 광고를 선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갈아타기로 증권사와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수익률 제고가 더 중요해졌다”며 “은행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안정형 상품뿐 아니라 ETF 등 라인업을 강화해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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