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삼성전기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회장. /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인 오는 27일 별도 행사나 메시지 표명은 진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내부 정비에 더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재용 회장의 취임 1주년 기념일에도 별다른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실적악화 등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이재용 회장도 지난 21일 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진행한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 행사에서도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올해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AI향 메모리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파운드리 사업도 글로벌 1위 TSMC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인도 뭄바이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 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가 지난 8일 공시한 올해 3분기 잠정실적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연결기준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원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6.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84% 감소하는 등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전영현닫기전영현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부회장)도 잠정실적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통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노조 활동 확대로 인한 노사 간 협력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인사제도와 성과 보상 개선 등을 이재용 회장 등 경영진에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의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대규모 투자 등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치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게 추격을 허용한 것도 최대 결정권자인 이재용 회장 부재로 투자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2017년 이재용 회장의 주도로 진행된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새로운 동력 마련을 위한 대형 M&A도 전무한 상태다.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총수의 등기이사 등재는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에 법적 책임을 지는 등 책임경영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 중 미등기이사는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여전히 승계 관련 사법리스크가 진행 중이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위기 탈출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노사 협력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최근 이재용 회장 책임경영 실천과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 등을 위해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대해 말을 아끼거나 유보적 자세를 취했지만, 최근 들어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준법감시위원회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그룹의 책임경영과 준법경영을 위해 출범한 외부감시기구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준감위 정기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리스크라고 하지만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15일에도 “삼성전자가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의 재건과 최고경영자 등기임원 복귀 등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