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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권익 보호 본격 시행…채무조정 요청권 신설 [개인채무자 보호법-프롤로그]

김다민 기자

dmkim@

기사입력 : 2024-10-21 00:00

이자 부과 방식 개선 및 채권 매각 관련 규율 강화
"채무자 보호 채권기관 책무 강화 토대 마련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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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권익 보호 본격 시행…채무조정 요청권 신설 [개인채무자 보호법-프롤로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다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불법·과다추심을 방지하고, 채무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지난 10월 17일 시행했다. 추심 제한뿐만 아니라 채권 매각 규제 등 새로운 규제가 생긴 만큼 각 업권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이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채권금융회사와 채무자간 자발적 채무조정 협의 활성화를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지난 17일 시행됐다. 해당 법은 채무자 보호를 위해 일주일 내 7회 이상 추심을 금지하는 추심총량제와 3회 이상 매각·양도된 개인 금융채권 양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사적 채무조정을 처음으로 법제화하는 새 법안이기에, 시장에서 규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끔 계도기간을 운영 중이다. 계도기간 내에는 해당 규제 관련 금융사 제재를 면제할 방침이다. 내년 1월 16일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법 집행 상황에 따라 3개월을 연장하는 방안도 향후 검토 예정이다.

다만, 계도기간 중에도 법 취지 보호를 위해 특정 상황의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 먼저, 위반행위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와 위반행위로 개인금융 채무자에게 중대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거나 시장질서가 크게 저해된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다. 또한 법 위반에 대해 감독기관이 시정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하지 않은 경우도 해당된다.

개인채무자보호법 제정안은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해 지난 1월 공포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시행령안 국무회의 의결 등을 통해 법 시행을 준비해 왔다.

해당 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채무 관리체계의 채무자 보호 부족이 있다. 그간 연체 채무 관리체계는 금융회사 중심의 사전 예방 방식이 아닌, 신용회복위원회, 법원 등 공공부문 중심으로 채무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부실이 발생한 후에 채무조정이 이뤄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또한, 금융회사는 그간 관행적으로 추심위탁을 하거나 대부업 매각을 통해 회수 극대화를 도모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채무자의 경우 연체 이후에는 이자부담이 지속 확대돼 장기연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과도한 추심부담에 놓이게 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이에 선제적 부실예방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연체 후 금융사·추심자와 채무자간 권리·의무가 균형을 이루게끔 개인채무자보호법을 제정한 것이다.

제정법 및 하위규정은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 활성화 ▲과다한 이자 부과 방식 개선 ▲반복적 채권매각 제한 ▲과도한 추심 제한 등으로 구성됐다.

상세히 살펴보면,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 연체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이 신설됐다. 금융사는 주택경매신청, 채권양도 등 채권회수조치 이전에 채무자에게 변동 사실과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금융사는 채무조정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영업일 내 채무조정 여부를 채무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채무자가 채무조정 제도를 악용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도 포함했다. 채무자가 채무조정 요청서류보완에 3회 이상 따르지 않거나, 채무조정 합의가 해제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에는 금융사가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연체 발생에 따른 과다한 이자부담을 제한하기 위해 이자 부과 방식을 개선했다. 지금까지는 채무 중 일부만 연체되더라도 원금 전체에 연체 가산이자가 부과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출금액 5000만원 미만을 연체 중인 채무자의 경우 상환기일이 도래한 연체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3600만원을 12개월에 걸쳐 갚기로 했는데, 첫 상환일에 100만원을 연체했다면 해당 연체액 100만원에 대해서만 연체 이자를 내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채권 양도 시 채무자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채권의 양도를 금지했다. 명의도용 등 채권·채무관계가 불명확한 채권은 양도를 금지하며, 금융회사의 관행적, 반복적 채권매각도 제한했다. 또한, ‘세 번 이상 양도된 채권’의 양도를 제한했으나, 반복된 매각이 채무자 보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양도 횟수에서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추심횟수를 7일에 7회로 제한하는 추심총량제, 재난, 사고 등의 경우 일정 기간 추심을 유예하는 추심유예제를 도입했다. 또한, 추심 시 채무자 보호에 저해되는 채권에 대한 추심제한과 특정 시간대 또는 특정 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추심연락 유형 제한 요청권 등을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도입으로 인해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져 취약 차주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일명 '제도의 역설'이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는 채무조정을 하지 않을 것 같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는 "채무조정 제도와 연체이자 제한 등 채무자보호법의 주요 제도는 채무자에 대해 일시적으로 상환부담을 낮춰 성실히 상환하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채권자인 채권금융회사의 회수가치도 제고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이를 통해 취약차주는 불법추심에서 벗어나 합당한 연체이자만을 부담하고, 채권금융기관에 채무조정요청을 할 수도 있으며 채권금융기관과의 합의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채무의 상환을 통해 완제하고 재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금융기관의 회수가치는 증대돼 상호이익이 증대되는 금융 관행이 정착될 수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와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연체, 불법·과다추심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부업체로의 기계적 채권매각을 막고 원채권금융회사가 먼저 나서 채무자의 채무문제를 해결해 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 시행에 따라 채무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재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회수가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연체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을 반장으로 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을 운영해 시행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해 신속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법령의 구체적인 적용상황, 채무조정기준과 같은 금융회사 내부기준 운영현황 등을 점검해 제도가 현장에서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금융기관 자체 채무조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과제'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을 통해 채권기관의 자체 채무조정이 활성화되고 개인채무자 보호에 대한 채권기관의 책무가 더욱 강화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더라도, 개별 채권기관의 자체 채무조정 방식은 대체로 신복위의 현행 채무조정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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