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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허진수·희수 형제, 허영인 이은 ‘제빵왕’ 누구

손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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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0-07 00:57

형은 파리바게뜨, 동생은 던킨도너츠 공개석상
아버지 허영인 회장도 형제 경영으로 성공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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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허진수·희수 형제, 허영인 이은 ‘제빵왕’ 누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SPC그룹 허진수·허희수 형제가 아버지 세대에 이어 ‘형제 경영’을 본격화했다. 장남 허진수 사장은 파리바게뜨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던킨도너츠를 직접 챙기면서 경영 보폭을 넓힌 것이다. 아버지 허영인닫기허영인광고보고 기사보기 회장도 형제 경영으로 시작해 그룹을 일군 만큼 차기 ‘제빵왕’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주목된다.

SPC그룹은 창업주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지난 1945년 설립한 ‘상미당’을 전신으로 한다. 허 명예회장은 당시 황해도에 제과점을 냈으나,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호떡 굽는 가마에서 영감을 얻어 가루 연탄을 이용해 빵을 굽는 ‘무연탄 가마’ 기술을 개발했다. 생산비용은 낮추고 가격 경쟁력은 높인 것으로, 제빵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허 명예회장은 1959년 사명을 ‘삼립제과공사(현 삼립식품)’으로 바꿨으며, 크림빵과 삼립호빵을 연달아 선보였다. 국내 양산빵 시대를 열면서 대표 제빵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러던 허 명예회장은 1989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장남 허영선 전 회장에게는 삼립식품을, 차남 허영인 회장에게는 샤니를 각각 물려줬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 규모였다. 삼립식품은 제과 본업과는 거리가 먼 리조트로 사업을 확장했다. 반면 샤니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등 해외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왔고,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를 내 제과 본업에 집중했다.

두 형제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운명이 갈렸다. 삼립식품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자금난에 시달렸고, 샤니는 ‘국진이빵’과 ‘포켓몬빵’ 등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했다. 2002년에는 허영인 회장이 이끄는 샤니가 법정 관리를 받던 삼립식품을 전격 인수했다. 형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했지만, 아버지 뜻을 받들어 ‘제빵왕’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룹 총수에 오른 허 회장은 2004년 사명을 현재의 ‘SPC그룹’으로 변경했다. 삼립식품과 샤니를 뜻하는 ‘S’와 파리크라상과 파리바게뜨의 ‘P’,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등 나머지 회사들 other Companies의 ‘C’를 땄다.

SPC그룹은 69개의 계열사와 6500여 개의 매장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제빵기업이다. 허영인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파리크라상이 나머지 계열사들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구조다. 비알코리아는 미국 배스킨라빈스와 세운 합작사로, 파리크라상과는 지분 관계가 없다. 대신 허영인 회장 일가가 지분 66.67%를 보유했다. 지난해 연 매출은 파리크라상이 5조5551억 원, 비알코리아가 7065억 원이다. SPC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 회사 매출만 단순 합산해도 6조가 넘는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들어 SPC그룹 내 안전사고가 불거지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허영인 회장의 두 아들 허진수·허희수 형제다. 1949년생인 허영인 회장이 70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형제는 아버지를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형제는 한 살 터울로, 지분에서도 현재까지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이 보여주었듯 장자승계 원칙을 고집하지 않는다. SPC그룹 장남 허진수 사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국내 사업에서 모습을 보였다.

먼저 허진수 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 생화학과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나왔다. 그는 미국에서 제빵학교(AIB)를 마친 후 2005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파리크라상 전략기획부문장과 전무, 이듬해 SPC그룹 글로벌부문(BU)장을 맡았다.

2022년에는 파리크라상 사장으로 승진해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총괄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11개 국가에서 59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오는 2030년 미국 내 매장 1000개 달성을 목표로 한다.

허 사장은 그의 이력처럼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외 첫 가맹점 간담회를 열었다. 허 사장은 북미지역 가맹점주와 예비 가맹점주, 협력사 관계자 등 250여 명을 초청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만 18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90% 이상이 가맹점이다. 허 사장은 미국 가맹사업을 더욱 체계화해 글로벌 가맹사업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또 지난 9월 19~21일 윤석열닫기윤석열광고보고 기사보기 대통령 체코 순방에 맞춰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그는 체코에서 ‘파리바게뜨 유럽 리더십 회의’를 개최해 동유럽 진출을 공식화했다. 허 사장은 앞서 지난해에도 대통령 해외 순방에 맞춰 중동 순방에 올랐다. 기존 시장 외 신흥국으로도 파리바게뜨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33년까지 중동·아프리카 12개국 진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빵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1978년생으로,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2007년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했다. 그는 파리크라상 마케팅본부장, SPC그룹 전략기획실 미래사업부문장, 비알코리아 전무 등을 거쳤다. 그의 대표작은 미국 프리미엄 햄버거 ‘쉐이크쉑’이다.

허 부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미국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쉐이크쉑의 국내 사업권을 따냈다. 쉐이크쉑은 2016년 강남에 첫 매장을 열었고, 1년 만에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의 성공과 함께 SPC그룹 부사장으로 승진, 현재 ICT 계열사인 섹타나인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쉐이크쉑 외에도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과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 화덕피자 브랜드 ‘피자업’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섹타나인에서는 신규사업부를 꾸려 디지털 전환(DT), 신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그 결과, 섹타나인은 지난 2021년 12월 퀵커머스 서비스 ‘해피버틀러’와 2022년 4월 도보배달 플랫폼 ‘해피크루’ 등을 만들었다. 코로나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시장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협약을 맺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허 부사장은 이처럼 해외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면서 신사업 위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비알코리아 던킨의 국내 론칭 3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콘셉트 매장인 ‘원더스’를 직접 설명했다. 이전과는 다른 개방감 있도록 공간을 꾸몄고, 도넛도 취향에 따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시스템도 공개했다. 허 부사장은 브랜드 로고 디자인부터 메뉴 개발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이보다 앞서 올해 초에는 배스킨라빈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들에 아이스크림을 추천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워크샵’)도 선보였다.

SPC그룹은 허진수·허희수 형제가 경영 시험대에 섰지만, 본격적인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력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이 지분 63.31%를, 허진수 사장이 20.33%를, 허희수 부사장이 12.82%를, 어머니 이미향씨가 3.54%를 들고 있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파리크라상은 SPC그룹 유일 상장사인 SPC삼립을 비롯해 53개 회사의 지분을 가졌다. 파리크라상이 SPC그룹 일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중 SPC삼립 지분은 파리크라상이 40.66%를, 허영인 회장이 4.64%를, 허진수 사장이 16.31%를, 허희수 부사장이 11.94%로 구성돼 있다.

현재까지 형 허진수 사장이 동생 허희수 부사장보다 지분이나 직함에서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허 사장이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허 부사장이 비알코리아와 섹타나인을 각각 맡아 운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SPC그룹 계열사 최정점에 있는 파리크라상 지분은 아버지 허영인 회장의 지분이 60%대로 절대적이다. 아버지 지분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승계 구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차기 ‘제빵왕’ 자리를 놓고, 허진수·허희수 형제가 경영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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