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이달 은행장 승계 절차를 시작으로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12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 은행, 증권, 카드 등 핵심 계열사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나머지 계열사 대표의 경우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하나금융은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는 만큼 지주 CEO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달 중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은행장 후보 선정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승열닫기이승열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하나금융의 계열사 경영승계 절차는 그룹 임추위에서 총괄하고 있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지주 회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현재 하나금융 임추위원장은 박동문 사외이사이다. 위원으로는 이정원·원숙연 사외이사와 함영주 회장이 참여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장을 시작으로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비은행 계열사 CEO 선임 절차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하나금융 계열사 CEO는 이 행장을 비롯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정해성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안선종 하나벤처스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조현준 핀크 대표 등 총 12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은행부터 이달 중 CEO 후보 선정 절차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올해로 첫 임기 2년을 마친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 달성을 이끌며 시중은행 순이익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나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보상 및 환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뒷걸음질쳤지만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견조한 대출 자산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1조7509억원을 기록했다.
대출 자산은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온 기업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려졌다. 하나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75조182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2.6% 증가했다. 자산 확대 기조 속에서도 건전성 관리 역량도 돋보였다. 하나은행의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27%로 전년 동기 대비와 전분기 대비 모두 0.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월부터 하나증권을 이끌고 있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상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달성에 성공하며 연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하나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9% 급증한 1312억원으로 하나은행에 이어 계열사 중 두 번째로 그룹 이익 기여도가 높았다. 영업이익은 160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2% 늘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금융상품의 판매 증가와 고객 수 확대에 따라 이익이 성장했고 투자은행(IB) 부문은 전통 IB를 강화하는 한편 투자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진 결과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 역시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하나카드 실적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하나카드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6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60.6% 늘었다. 그룹 이익 기여도는 3위 수준이다. 이 대표는 특히 해외여행 카드인 ‘트래블로그’의 흥행을 이끌면서 해외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해외 체크카드 누적 점유율 49.9%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19개월 연속으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함 회장이 핵심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해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나머지 계열사 CEO의 경우 대대적인 교체로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와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대표, 노유정 하나펀드서비스 대표가 지난 2022년 3월 취임해 ‘2+1’ 임기를 채웠다. 강동훈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와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의 경우 2021년 3월부터 4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주 회장 리더십 교체가 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 선임에 미칠 영향도 이번 인사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통상 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주요 계열사 CEO 거취에도 변동이 생긴다. 지난 2022년 하나금융 수장으로 오른 함영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올해 말께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CEO 승계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함 회장은 취임 후 하나금융의 이익 체력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는 등 재무 성과 측면에서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 취임 후 지난 2년간 3조원 중반대의 견조한 순이익을 지켜왔다.
하나금융의 순이익은 2022년 3조570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3조451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취임 전부터 이어져 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점도 연임에 긍정적인 대목이다. 대법원2부는 지난 7월 25일 함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에는 이은형 부회장을 비롯해 이승열 행장, 강성묵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인사가 포함될 전망이다. 이 행장과 강 대표는 이 부회장과 함께 지주 사내이사(부회장)도 겸직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외부 자문기관 등을 활용해 회장 경영승계 후보군(롱리스트)을 매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내부 9명, 외부 5명 등 총 14명을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