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부회장 정태영닫기정태영기사 모아보기)는 개개인의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현대카드 소비케어’다.
소비케어는 지난 2020년 현대카드가 이스라엘의 AI 기반 분석 엔진 업체인 ‘퍼스네틱스(Personetics)’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서비스다. 결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소비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케어는 특정 분야에서의 반복적인 결제 패턴을 짚어내는 ‘OO Lover’, 특정 기간의 소비 내역을 분석하는 ‘O월의 지출은 어땠을까요’, 이중결제 등 주의가 필요한 내역을 알려주는 ‘혹시 중복결제는 아닌가요’ 등 다양한 소비 분석 콘텐츠를 제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카드는 런칭 당시 80종이었던 소비 분석 콘텐츠 종류를 100여종 넘게 확대했으며, 고객의 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해 계속 확대하고 있다.
소비케어가 고객 개개인에 맞춤화 해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소비를 도와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출시 2년만에 누적 고객 350만명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고객의 만족도도 또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케어의 소비 분석 콘텐츠에 대해 고객이 남긴 평점은 5점 만점에 평균 4.8점에 달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교화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콘텐츠의 종류 또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지속적으로 확대한 것이 이용자 증가 및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소비케어를 선보인 2020년,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혜택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3층 시스템’을 도입했다.
‘3층 시스템’은 인공지능(AI)·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별로 맞춤형 쿠폰과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도입 2년여만에 약 70만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현대카드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3개의 층으로 개념화하고 기존 신용카드 혜택의 한계를 넘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뜻을 담아 ‘3층 시스템’이라는 명칭을 정했다. 고객별로 보유한 카드의 기본 혜택인 ‘1층 기본’, 라이프스타일별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2층 구독’,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맞춤형 선물을 받는 ‘3층 선물’이 3층 시스템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다.
이 기반에는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에 반영하는 현대카드의 독보적인 테크 역량과 국내 대표 카드사 포인트 시스템인 ‘M포인트’ 운영을 통해 쌓은 풍부한 제휴 협업 경험이 두루 작용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및 제휴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혜택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것을 앱에 적용하고 그 혜택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에게 추천하는 일련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현대카드 3층 시스템의 강점”이라며 “보유한 카드 상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고객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할인과 구독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회원들의 1년간 소비 패턴을 분석한 리포트 ‘연간명세서 2023’ 서비스를 선보였다.
연간 명세서는 지난 1년 간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개별 회원의 소비 생활에 대한 인사이트를 흥미롭게 구성한 리포트다. 연간명세서는 월별 명세서로는 확인하기 힘든 회원의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으로, 2021년 카드사 최초로 시작해 지난해에만 220만명이 넘는 회원이 이용한 인기 서비스다.
이번 연간명세서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비접촉결제(contactless) 방식을 차용해 눈길을 끈다. 현대카드는 비접촉결제에 대한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해 회원의 신용카드 이미지를 단말기 모양 이미지에 끌어다 올리면 리포트가 나타나는 인터랙티브 방식을 사용했다.
연간명세서는 직관적인 그래픽과 메시지를 사용해 고객들의 카드 사용 내역을 요약한 스토리 카드를 제공한다.
올해 스토리 카드는 대면 결제와 비대면 결제의 비율을 MBTI에 비유한 ‘오프라인 E vs 온라인 I 결제 비율’, 한 해 동안 받은 혜택을 확인할 수 있는 ‘1년간 모은 마일리지’,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날을 알려주는 ‘무지출 일 수’ 등 회원의 결제 생활을 살펴볼 수 있도록 특색 있는 분석 결과를 담았다.
특히, 최근 간편 결제 증가 트렌드에 맞춰 간편 결제 서비스 이용 빈도를 스토리 카드에 담았다. 지난 해 Apple Pay 혹은 삼성페이로 얼마나 결제했는지, 그리고 어떤 가맹점에서 가장 많이 결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상세 리포트에서는 1년간의 월별 결제 내역, 포인트 적립·할인 등 1년간 받은 카드 혜택과 함께 가장 많이 결제한 사용처와 업종 상위 5곳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지난 연간 명세서도 볼 수 있어 최근 4년간의 카드이용내역도 비교가 가능하다. ‘내 자산(마이데이터)’ 연동에 동의한 고객에게는 더욱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카드사별 이용금액, 미사용 카드 ·계좌 등 자신의 모든 자산관리 현황을 모아볼 수 있다.
현대카드의 이와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는 정태영 부회장이 뚝심있게 성장시켜온 AI와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 덕분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산업혁명보다 더욱 거센 데이터혁명의 시기“라며 ”현대카드는 그 강을 거의 넘어왔고 이를 위해 지금까지 AI에만 1조원을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60세 넘어서 AI학회에 가는 사람으로, 이제는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현대카드는 과거부터 AI에 투자하며 관련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인재를 데려올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우리 직원을 빼앗기면 어떻게 하지 할 정도로 수준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기술력에도 자부심을 가졌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AI·데이터 기술은 전 세계 표준형"이라며 "여기에 독보적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어떤 알고리즘을 반영해도 원하는 데이터를 산출해낼 수 있도록 현대카드의 데이터 플랫폼을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자평했다.
실제 현대카드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데이터 플랫폼을 판매하는, 데이터 설계에 강한 '테크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카드가 최초로 성공시킨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 PLCC다. 단순히 카드사와 기업간 제휴에서 벗어나 데이터 협업부터 모든 과정을 양사가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를 PLCC와 GPCC(범용 신용카드)를 모두 성공시킨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PLCC를 전문으로 하는 싱크로니파이낸셜의 주가가 왜 이렇게 가파르게 오를까에 대해 꽂힌 적이 있어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며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멋 부리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나에게 PLCC는 사활을 건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은 데이터 스트럭처(구조)를 만들어 데이터 플랫폼을 판매하고, 데이터로 승부를 건다는 의미"라며 "현대카드는 데이터 강을 거의 넘어온 것 같고, 이제는 중장기적으로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