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풀무원USA 법인에서 생산되는 두부. /사진=풀무원
올해 상반기 풀무원 실적을 보면 매출이 1조5623억 원으로, 전년(1조4854억 원)보다 5.2% 올랐다. 영업이익은 325억 원으로, 전년(290억 원) 대비 12.1% 늘었다. 68억 원의 순이익은 전년(53억 원)보다 17.0% 상승했다. 풀무원 역대 상반기 최고 성적이다. 다만, 2.1%에 그친 낮은 영업이익률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풀무원의 성장에 힘을 보탠 것은 본업인 두부였다. 풀무원은 창업주 고 원경선 원장이 지난 1955년 경기도 부천에 땅 1만 평을 개간해 ‘풀무원농장’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당시 6·25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나 실향민들이 늘면서 오갈 데 없는 이들과 함께 농장을 공동체로 꾸렸다. 풀무원에서 ‘풀무’의 본뜻은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거나 녹이기 위해 불을 지피는 데 이용되는 기구를 의미한다. 원 원장은 이처럼 사람도 풀무질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사명에 담았다.
풀무원은 지난 1976년 경기도 양주로 농장을 옮겼고, 국내 최초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을 통해 농작물을 재배했다. 원 원장은 당시 유기농 단체 ‘정농회’를 설립하면서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렸다. 이후 원 원장의 장남 원혜영 전 국회의원이 아버지 농장에서 농작물을 가져와 서울 압구정에 가게를 차렸다. 원 전 의원은 1984년 고교 동창이었던 남승우씨와 함께 현재의 풀무원 전신인 ‘풀무원효소식품’ 법인을 세웠다.
그렇게 풀무원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특히 깔끔하면서도 위생적인 풀무원 두부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에 법인을 만들며, 두부를 중심으로 K푸드 공략에 나섰다. 풀무원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4곳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해외 생산공장도 미국 4곳, 중국 2곳, 일본 5곳 등 총 11곳이다. 미국에서 풀무원 두부 점유율이 70%대 이르면서 내년 말 추가 생산라인 준공도 앞두고 있다.
풀무원 지구식단 모델 이효리. /사진=풀무원
창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연예인 광고 모델을 기용하기도 했다. 평소 비건(채식)을 실천 중인 가수 이효리를 풀무원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 모델로 발탁한 것이다. 앞서 풀무원은 지난 2021년 3월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기업을 선언한 바 있다. 이듬해 8월에는 두부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대체육과 단백질 제품을 아우르는 ‘지구식단’을 론칭했다. 지구식단은 ‘먹어서 지구를 구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말 그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한 식물성 브랜드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론칭 1년 만에 매출 430억 원을 달성했다. 두부 강정, 두부 텐더, 두부면 등 채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을 연 매출 1000억 브랜드로 키워 전체 식품 매출의 6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 광고 효과에 힘입어 풀무원은 올해 상반기 지구식단 매출이 전년보다 74% 오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봤다고 했다. 소비자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구식단은 2030세대 대상 식물성 대체식품 인지도 1위(46%)에 올랐다.
풀무원의 두부는 해외에서도 '핫'하다. 올 상반기 미국 법인 매출이 2116억 원으로, 전년(1837억 원) 대비 15.2% 증가했다. 미국 내 채식주의자가 늘면서 두부 수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풀무원은 미국 현지인들이 물컹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점에 착안해 한국의 두부보다 2배 이상 단단한 제형(‘슈퍼 펌 두부’)으로 선보였다. 그 외 단백질 함량을 높인 ‘하이 프로테인 두부’, 콩 비린내를 없애고 소스를 동봉한 ‘시즈닝 두부’, 샐러드에 치즈 대신 얹을 수 있는 ‘토핑용 두부’ 등이 인기다.
일본 현지 편의점에 풀무원 두부바가 진열된 모습. /사진=풀무원
그 외 중국이나 아시아권에서는 두부를 식전 요리나 반찬, 디저트로 활용해 현지 맞춤형으로 선보였다. 말린 두부, 얇은 두부, 두부 셰이크 등 종류만 해도 다양하다. 이에 풀무원의 2024년 상반기 해외 매출은 3051억 원으로, 전년(2835억 원) 대비 7.6% 증가했다. 풀무원 해외 매출 비중은 전년 19.1%에서 올해 19.5%로 20%대를 목전에 뒀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행객이 늘면서 공항, 휴게소 등 컨세션 사업도 호조세를 보였다. 위탁급식 신규 수주에 성공하면서 식품서비스유통사업이 크게 뛰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4287억 원으로, 전년(3712억 원)과 비교해 15.5%나 오른 것이다.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 2조9935억 원으로 ‘연 매출 3조’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연간 실적의 절반이 넘는 1조5623억 원을 기록하면서 ‘3조 클럽’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두부를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에서 모두 강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종헌 풀무원 재무관리실장은 “상반기 국내 식품서비스유통사업과 미국법인, 중국법인 수익 개선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하반기에도 식품서비스유통 부문의 지속 성장과 해외사업 수익 개선 폭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 수익성 기반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