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이미지 확대보기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어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현 경영진 거취 문제는 우리금융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오는 11월까지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공매도는 내년 3월 말 전면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취임 44일을 맞은 김 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제도가 시행됐고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조치들을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달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은행권 기준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월 같은 기간 대비 증가 폭이 절반 정도 수준으로, (정책) 효과가 조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9조8000억원 늘어 2021년 7월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하는 부분은 계속 모니터링해가겠지만 이렇게 조금 둔화되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추가 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대출은 아예 정량을 보지 않는다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정량 기준만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량, 정성을 종합적으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저희가 바라는 것은 꼭 필요하신 분이 빌리는 것이지만 주택 가격이 오르고 불안하니까 주택을 매입해야겠다는 수요 부분도 분명히 있어 그런 부분은 이번 조치와 대응으로 제어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그게 일부는 다른 쪽에 풍선효과처럼 늘어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관리 기조는 유지하되 이런 부분이 발생하지 않는지 하는 부분도 면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급증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 정책대출과 관련해선 “금융당국이나 국토교통부나 크게 이견이 없는 부분은 취약계층,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목적과 약속은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늘어나는 속도와 관련해서는 필요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에 대해서는 부처 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추가 조치로 전세대출 제한이나 대출 총량 규제 시행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최근 3~4년 전세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었고 부분이 주택 매매시장의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보증비율 등 모든 조치는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지만 전세대출은 무주택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분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조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했으니까 대출 총량 규제도 옵션”이라며 “2021년 총량 규제 당시 은행별로 할당을 주고 그걸 넘어서는 경우는 일부 은행이 일시적으로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 대출이 중단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시장 과열과 관련해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8.8대책을 통해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 수요 쪽에서는 대출과 관련해서 투기적인 부분을 제어하고 소득 DSR 기준에 맞춰서 갈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가고 있다”며 “공급과 수요에 우리 정부의 대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그 과정에서 시장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 같이 조화를 이루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선 거취 문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에서 횡령, 부정대출 등 사고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저하되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고 금융위원장으로서도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지주나 은행의 경영진도 이번 금융사고와 관련해서 아마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서 현재 검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정기 검사도 곧 시작하는데 금감원의 엄정한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진행 상황을 같이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거취와 관련해 여러 얘기가 있지만 이 부분은 기본적으로는 우리금융 이사회, 주총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대해서는 “우리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를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인가 신청이 금융위에 들어오면 법령이 정한 절차와 요건도 있다”며 “금감원에서 1차적으로 심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에서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사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부분은 이번에 여러 사건과 책무구조도 도입을 계기로 철처히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개선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감독해 나가겠다”며 “주주를 중시하는, 주주에 관심을 갖는 경영이라는 것이 결국은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조치들이 다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불공정한 합병비율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합병가액 산정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기업 간 합병과 관련해 공정성에 대한 이슈, 제도적으로는 합병가액 산정 방식이 현재와 같이 기준 가격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있다”며 “주주 가치 존중 문화가 확산되야 하고 합병가액이 일률적인 산식에서 산정하는 것이 기업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기준이나 시장 상황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계열사 간에는 기준 가격을 소위 공정 가격으로 하면서 외부 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이미 발표가 돼서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계열사 간의 합병의 경우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에 현안이 되고 있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준이 되는 가격 방식을 하나로 정해놓는 것이 오히려 공정한 가액을 찾는 데 제약 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외국 선진 국가를 봐도 합병가액을 법령이나 규정으로 정하고 있는 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 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봐서도 근거가 약하고 이런 측면은 저희들이 열어 놓고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4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절차도 조만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은행권에 대해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평가 결과를 감안해 늦어도 11월까지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이후에 예비인가 신청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은행에 경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고 우리 정책의 일관성 이런 측면을 봐서 이제 절차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며 “다만 어떤 분야에 특화된,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인터넷 은행을 만들 거냐는 부분은 인가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금 더 분석하고 의견을 듣고 해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내년 3월 전면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는 내년 3월 말에 전체를 재개하는 걸 목표로 법도 바꾸고 시스템도 갖추고 해나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는 투자자 보호 부분을 조금 더 단단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이슈가 단순히 금융위 안에서 검토되는 부분보다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이슈들을 논의할 필요는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해서 관련된 이슈들을 하나하나씩 논의하고 논의 결과에 따라서 정책 반영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