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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카레, 소스 다 쏟았지만"…오뚜기, 깨지지 않는 '10%의 벽'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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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9-06 16:35 최종수정 : 2024-09-06 16:42

오뚜기 상반기 매출 1.7조…해외 1659억 원
해외 비중 9.5%, 농심·삼양식품보다 저조해
농심에 매출 규모 추격…K푸드 확장성 난제
글로벌 사업 힘주는 오뚜기…미국공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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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사진=오뚜기

오뚜기 아메리카 홀딩스. /사진=오뚜기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창립 55주년을 맞은 오뚜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뚜기는 카레, 소스 등 국내 1위 브랜드를 다수 보유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해외 매출 비중이 10%를 넘지 못하면서 내수 의존도가 극심해지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상반기 동안 카레, 소스, 라면, 컵밥 등 식품 전 카테고리에서 신제품을 쏟아냈다. 다만, 그럼에도 해외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은 없다.

오뚜기는 상반기 매출이 1조7428억 원으로, 전년(1조7110억 원) 대비 1.8%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348억 원으로, 전년(1299억 원)보다 3.8% 오르는 데 그쳤다. 오뚜기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더딘 모습이다. 오뚜기는 농심, 삼양식품과 함께 라면 3사로 묶인다. 매출 규모에서는 오뚜기가 제일 높지만, 해외 비중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상반기 기준 농심과 삼양식품의 해외 비중은 각각 38.1%, 76.7%이다.

반면 오뚜기는 상반기 해외 매출이 1659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9.5%에 불과하다. 농심이 신라면으로,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해외 비중을 점차 높여나가는 점과 비교하면 뒤처진 수치다. 특히 상반기 매출로만 봤을 때 농심이 1조7332억 원으로, 오뚜기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이럴 경우 농심이 오뚜기를 2020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제칠 수도 있다.

▲ 오뚜기 오너 3세이자 뮤지컬배우 함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햄연지’에서 아버지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 = 유튜브 ‘햄연지’ 캡처

▲ 오뚜기 오너 3세이자 뮤지컬배우 함연지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햄연지’에서 아버지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사진 = 유튜브 ‘햄연지’ 캡처



오뚜기도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오뚜기 함영준닫기함영준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장녀 함연지씨 시아버지인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뚜기는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해 인력 충원도 마쳤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미국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오뚜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생산공장도 추진 중이다. 장녀 함연지씨도 본업인 뮤지컬 배우를 중단하고, 현재 오뚜기 LA 법인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뚜기는 지난 1969년 창업주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세운 풍림상사를 전신으로 한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오뚜기는 당시 즉석카레를 시판하면서 국민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오뚜기 국내 카레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마요네즈, 케첩 등 소스류도 점유율이 70%대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오뚜기는 라면에서도 스테디셀러 제품인 진라면을 필두로 진짜장, 진비빔면, 참깨라면, 스낵면 등 다수 히트작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외에서 이렇다 할 대표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농심이 신라면으로만 매출 1조를 내고,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만 5000억원을 벌어들이는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오뚜기는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건강한 식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오뚜기는 상반기 내내 카레를 활용한 ‘카레크림볶음면’, ‘카레 팝콘’ 등을 선보였다. 소스에서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따라 저당 돈까스·양념치킨 소스, 허니머스타드 소스 등도 공개했다. 라면에서는 마라 열풍에 힘입어 마라맛을 접목한 ‘마슐랭’을, 컵밥에서는 국물류의 ‘얼큰순후추돼지국밥’과 닭고기를 넣은 ‘골드 치킨마요덮밥’ 등 이색 신제품을 쏟아냈다. 오뚜기는 상반기에만 연구개발(R&D) 비용을 100억원을 집행하면서 전년 연간 비용(182억원)의 절반 이상을 썼다. 글로벌 히트작을 내기 위한 오뚜기의 K푸드 도전기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오뚜기 진라면. /사진=오뚜기

오뚜기 진라면.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진라면, 보들보들치즈라면 등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자사 제품을 중심으로 홍보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오뚜기 쿠킹 체험 공간인 ‘오키친스튜디오’에서 한식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린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식 조리법을 전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아리랑TV나 MBC 등 방송사와도 협업을 강화했다. 일례로 진라면 컵라면과 김밥을 곁들어 먹는 한식 문화도 최근 소개했다.

오뚜기는 현재 국내를 포함한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미국 등 5곳의 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양과 대풍, 삼남, 포승 4곳의 생산공장이 있다. 해외에서는 당면 원료를 위주로 생산하는 중국과 사골 원료를 생산하는 뉴질랜드, 라면과 소스를 생산하는 베트남 등 3곳의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생산공장 추진 단계에 있다. 오뚜기는 65개 국가에 진출했다. 그중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글로벌 외식 브랜드의 고객사도 포함됐다. 세계 3대 할랄 인증 기관인 인도네시아 ‘MUI(무이)’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거나 국제 비건협회인 영국의 ‘Vegan Society(비건 소사이어티)’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냈다.

오뚜기는 “진라면, 보들보들치즈라면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을 위주로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노력하겠다”라며 “글로벌 SNS 채널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가별 현지 식품 박람회에 참여하는 등 보폭도 넓힐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현지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과 프리미엄 식품을 위주로 개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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