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공급 주요 플레이어로 꼽히는 시중은행들이 정책펀드에 출자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무게를 싣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이나 공제회 중심으로 출자 사업에서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가 대두된 만큼 주요 기관들은 보수적인 기조가 두드러진 모양새다.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대형 운용사(GP)들에 대한 선호가 높다. 그 결과 전체적인 운용사 풀(pool)이 제약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도 PE 부문에 총 1600억원 규모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콘테스트는 대형 리그와 중형 이하 리그가 배정됐고, 각각 2곳씩 선정한다. 군인공제회도 메자닌 상품 등 크레딧 전략을 쓰는 블라인드펀드에 총 900억원을 출자한다. 세 곳 모두 10월 위탁운용사 선정을 최종 완료할 계획이다.
이 밖에 일부 기관도 PEF 출자 사업을 계획 중으로 전해졌다. 다만, 운용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의 경우, 하반기 출자를 겨누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올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의 PEF 출자 사업 규모는 예년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2024년 7월에 최대 1조원 출자 규모로 국내 사모투자(PEF) 위탁운용사에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JKL파트너스를 최종 선정했다. 또 공무원연금공단의 경우, 올해 6월 IMM PE(프라이빗에쿼티), MBK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를 국내 사모대체 블라인드펀드(PEF) 위탁운용사로 선정했다. 두 연기금이 최종 선정한 위탁운용사를 보면, 4개사 가운데 대형사 3곳이 동일하게 포함됐다.
대형 GP(운용사)들이 LP(기관)들에게 아무래도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중소형 GP(운용사)들 사이에서 경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출자사업 콘테스트에서도 대형 리그 위주로 편성되고 중소형 리그는 상대적으로 점점 소외되고 있는 모습이다”며 “중소형사의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막혀 있고,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출자 여력이 점점 녹록하지 않은 상황으로, 공제회 출자 사업에 집중도가 높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피벗(pivot, 통화정책 방향전환)이 변수 아닌 상수로 예고된 상황이다. 기관들의 향후 출자 사업 문이 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기업금융 시장 회복세가 가시화 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PEF 출자 규모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