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
삼양식품은 상반기 매출이 8102억원, 영업이익이 1696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전년 상반기 매출(5309억원)보다 52.6%, 영업이익(679억원)보다 149.6%나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연 매출 최고치를 찍었던 1조1929억원의 70%를 상반기 매출로 벌써 채웠다. 이로써 삼양식품은 올해 연간 매출도 작년에 이어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호실적을 이끈 것은 불닭볶음면이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불닭볶음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9%다. 이 경우 상반기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매출이 약 5600억원대로 추정된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도 6211억원으로, 전년(3478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해외 매출 비중도 약 76.7%로, 80%대 고지로 올라서고 있다. 해외 실적이 불닭볶음면 매출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불닭볶음면 일등공신은 삼양식품 고 전중윤 창업주의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1년 초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것에 주목했다. 이후 청양고추와 하바네로고추, 베트남고추, 타바스코, 졸로키아 등 맵기로 소문난 고추들을 배합해 이듬해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출시 10년 만에 누적 판매량 40억 개를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고 전중윤 창업주가 1961년 세운 회사로, 당시 식용유를 위주로 생산했다. 그러다 국민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서 라면 기계와 기술을 들여왔고,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을 개발했다. 삼양식품은 1980년대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할 만큼 승승장구했지만, 1989년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긴다는 ‘우지 파동’에 휘말리면서 위기를 겪었다. 삼양식품은 1995년 대법원 무죄 판결로 오명을 벗었지만, 사세는 급격하게 기울여졌다. 이후 내리막을 걷다 2010년대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 등판하면서 불닭볶음면으로 제2 전성기를 맞았다.
김 부회장은 예사롭지 않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등 인력 쇄신에도 나섰다. 또한, 올해에는 이사회 절반 이상을 1970년대생으로 젊게 꾸렸다. 김 부회장은 또 삼양식품 이사회가 2조를 넘지 않아 위원회 설치 의무가 없음에도 투명 경영에 힘을 줬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경영위원회 등을 둔 것이다. 특히 이사회 감시 기능인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채웠다. 한국ESG기준원 평가도 지난해 'B+' 등급에서 올해 'A' 등급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기업이 커지면서 지배구조 확립에도 속도를 냈다. 삼양식품 현재 자산총액도 1조4192억원으로, 전년(1조1703억원)보다 21.3%나 상승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김 부회장은 올해 한세혁 구매·SCM본부장도 이사회 일원으로 맞았다. 1977년생 한 본부장은 지난 2003년 삼양식품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양식품 수입상품기획 담당과 무역관리 담당 등을 거쳐 2013년 들어 해외 영업을 전담해 김 부회장과 함께 불닭볶음면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특히 삼양식품에서만 10년 이상 해외사업을 이끈 만큼 김 부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지난해 삼양식품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으며, 올해 이사회로 입성했다.
김 부회장은 김동찬 대표, 장석훈 본부장, 한세혁 본부장과 함께 삼양식품 사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사외이사에도 남판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세무사, 정무식 법무법인 세온 대표 변호사, 김인수 한미회계법인 상무이사,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장을 맞았다. 세무, 법률, 재무, 인사 등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더구나 김인수, 남판우, 강소엽 사외이사는 1970년대생이다. 삼양식품 이사회는 평균 나이 53세로, 국내 기업 이사회 평균 나이인 61세보다 8살이나 젊다.
사진제공 =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하반기에도 불닭볶음면을 주축으로 한 수출 중심 전략을 펼친다. 최근 아시아에서 미국, 유럽 등 해외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유럽법인을 설립하면서 주요 수출지역에 모두 판매거점을 갖추게 됐다”라며 “현지 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