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QLC 기반 128TB 기업용SSD. / 사진=삼성전자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오는 11월 현존 최대 용량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쿼드러플레벨셀(QLC) 기반 128TB eSSD를 출시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6일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04’에서 공개한 이 제품은 7.5GB/s의 연속 읽기 속도와 최대 3GB/s의 연속 쓰기 속도 등의 스펙을 지녔다.
SSD는 여러 개의 낸드플래시를 한번에 탑재해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다. 과거에는 주로 컴퓨터 등 가정용으로 널리 쓰였지만, 최근 빅테크들의 AI데이터센터 사업 확장으로 대규모 데이터 저장 및 처리를 위한 eSS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들의 eSSD 주문량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며 약 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짐 앨리엇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AI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메모리반도체의 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연구개발과 기술리더십으로 저전력 기반 고성능 제품과 함께 생산능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대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동스펙의 제품을 내년 출시할 계획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QLC 128TB eSSD 출시 시점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이는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이 전망되는 만큼 빠른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 등 AI향 D램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낸드 시장에서 만큼은 자존심을 지켜낸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SSD 점유율 약 4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 SK하이닉스가 SSD 전문 자회사 솔리다임과 합산 점유율 약 34%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 키옥시아가 약 12%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에서는 아직 여유로운 수준이지만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 모두 제품 라인업을 화장하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확대해 내년 초에는 월평균 웨이퍼 생산량을 올해보다 약 10% 확대한다. 솔리다임 역시 내년 초부터는 생상량을 올해보다 5% 이상 끌어올린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낸드 감산으로 줄어든 생산량을 올해 점차 늘리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나는 일부 응용 제품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eSSD 제품 매출 비중은 전체 낸드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상장을 추진하는 일본의 키옥시아는 투자금을 기반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키옥시아는 이번 상장으로 R&D과 설비 투자를 확대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가정용 SSD에 집중해 왔던 키옥시아는 eSSD까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옥시아는 최근 미에현 요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가동률 100%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재 주력하는 6세대 구형 제품 중심인 생산 라인을 8·9세대 첨단 제품으로 전환하는 투자도 준비 중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