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T는 클라우드 자회사 ‘KT클라우드’를 통해 자체 생태계 구축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시스템통합(SI) 업체 LG CNS 출신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 후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KT클라우드 사업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KT는 MS와 약 1억2000만 달러(약 1658억원) 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계약을 맺었다. 향후 5년간 약 320억원을 MS에 지불하고 내부 시스템 일부 전환을 비롯해 공공, 금융, 교육 등 외부 사업 확장에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를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KT가 자체 클라우드 자회사 KT클라우드를 두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을 이례적 파트너십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는 빅테크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내부 테스트베드를 거처 B2B(기업 간 거래) 영역으로 확장해 간다.
KT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KT클라우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등 자체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은 물론 공공 분야에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KT클라우드는 KT가 2022년 클라우드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며 CSP 사업자로 분리한 자회사다.
당시 주주들은 물론 KT 내부에서도 KT클라우드 분리에 강하게 반발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알짜 사업을 왜 떼어내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KT클라우드는 올 2분기 통신, 미디어, 콘텐츠 등 KT 대부분 사업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홀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번 MS와의 협력으로 KT 본사 차원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사업자(MSP)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MSP는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판매에 집중하는 것으로 자체 클라우드 생태계를 영위하는 CSP와는 상반되는 사업 형태다.
장민 KT CFO는 지난 9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MS와 함께 AI·클라우드, 한국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과 소형언어모델을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고 MSP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KT는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AI·클라우드사업본부, AI플랫폼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MSP 추진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KT의 MSP 전환 움직임으로 KT클라우드 간 업무 충돌이나 KT클라우드의 사업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MSP 전환으로 자체 클라우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KT의 클라우드 사업 변화는 올해 김영섭 대표가 취임하면서 예견된 수순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KT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중장기 계획으로 MSP 사업자 전환을 준비하겠다”고 밝히면서 KT클라우드의 미래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김영섭 대표는 LG CNS 대표 시절 회사 사업구조를 CSP에서 MSP로 전환시키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LG CNS도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축소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산 CSP와 협력하는 등 ‘기업솔루션컨설팅’ 사업을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KT와 KT클라우드는 향후 MSP 전환에 따른 기존 사업 축소 등에 관해서는 결정된 바 없고 각사 사업계획대로 추진해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