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미정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선임 / 사진제공= 신한투자증권
“증여하는 금액이 명목금액으로 고정되는 현금, 예금 등과 다르게, 주식,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금융상품은 그 분류에 따라 평가방법이 상이합니다. 저(低)평가된 금융상품의 증여가 하나의 절세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를 함께 고려한다면, 가치가 많이 오른 금융상품의 증여 후 양도도 절세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고미정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선임(세무사)은 4일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슈퍼 리치(super rich)’들이 꾸준히 관심이 많은 부분은 ‘적은 세금으로 자녀에게 재산 물려주기’이다”며 부(富)의 이전 관련 증여 활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다만, 고 선임은 “특정 ETF 등은 명의변경 때 배당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어떤 자산을 증여할 것이며, 그 때 세법 상 어떤 세금이 과세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실행 이전에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기를 바란다”고 권고했다.
요즘 고액자산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문의가 오는 베스트셀러 세제 이슈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 어떤 부분이 달라지는가’라고 꼽았다. 금투세는 국내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상품으로 일정소득(국내상장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을 거둔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 3억원 초과분은 25%(지방세 포함시 각각 22%, 27.5%)를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행대로라면 당장 오는 2025년 1월 시행 예정으로 코 앞에 다가와 있는데, 찬반으로 의견이 대립된 상태라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고미정 선임은 금투세 시행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초고액자산가들은 시행될 경우와, 되지 않을 경우 모두를 대비해서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선임은 "초고액자산가들은 이미 종합소득세에 합산되는 다른 소득이 많기 때문에,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분류과세가 되면서 유리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다만,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기존에 비과세였던 채권 양도차익 등이 과세대상 범주에 포함되기도 하고, 의제취득가액 규정이나 손익통산, 기본공제 신청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고 선임은 "금투세가 시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흔히들 사용하고 있는 '배우자 증여 후 양도' 전략의 경우 이월과세 규정이 도입돼서 1년 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있기에 세법 개정사항을 면밀히 살피어 절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동안 고액자산가들이 표면이자가 낮고 자본차익이 큰 이른바 저쿠폰채 러브콜을 보내왔던 것도 다시 살펴야 한다고 했다.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시행 전에 매수했던 채권이라도 양도차익과 상환이익에 대해 과세된다. 채권은 의제취득가액이 적용되는 자산이 아니므로 금투세 시행 이전 형성된 자본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과세될 수 있다. 고 선임은 "만약 금투세가 시행될 것이 확실하다면, 시행 전에 채권 양도 등 방법을 통해 자본차익을 미리 실현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이월과세 적용대상 자산에 양도일 전 1년 이내 증여받은 주식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4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세법 개정 관련해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아울러 스테디셀러처럼 꾸준히 관심이 많은 세제 이슈는 '증여 및 상속'이라고 꼽았다. 주식, ETF 등의 금융상품은 그 분류에 따라 평가방법이 서로 다르다. 실제로 상장주식의 경우 전후 2개월 종가평균액으로 평가를 하고, ETF는 집합투자증권의 예를 따른다. 고 선임은 "따라서 저평가된 금융상품을 증여하는 것은 절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처분 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상품의 경우, 가치가 많이 오른 금융상품을 증여재산공제 범위 내 증여한 후 양도하는 것도 절세방안으로 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선임은 증여자산 유형, 해당 시기 세법상 세목 등에 대해서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저축성 연금보험 등도 그 분류와 세법상 취급이 다르므로 1500만원 산정 때 제외된다. 고 선임은 “따라서 실제 수령하는 연금액이 1500만원을 훌쩍 넘어도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으실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인출 신청 전에 세무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개인 주식투자자 1400만 시대로 진입하면서 투자 세제에 대해 '세린이(세금+어린이)'들도 존재한다. 고 선임은 "결국 어떤 소득을 발생시키는 상품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절세 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개인의 상황이나 투자 규모 등에 따라 고려할 부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예컨대, 투자활동으로 인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고민들이 있는데, 양도소득은 현행 건강보험 산정대상소득에 포함되지 않으니 배당률이 큰 상품보다는 양도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적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고 선임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요건과 연말정산의 기본공제대상자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피부양자에서는 탈락하지 않더라도 연말정산 공제에서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TF 투자 관련해서도 절세전략이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종합소득이 많으면 배당소득이 발생했을 때 자칫 금융소득종합과세 누진세로 최고세율 49.5%를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해외 ETF 투자를 통해 양도소득을 늘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적은 편이라면, 양도소득세(22%)보다는 전액을 배당소득에서 발생시키는 국내 ETF에 투자해서 원천징수 세율(15.4%)에 가깝게 적용받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고 선임은 "각 소득 별로 과세체계와 세율이 다르므로, 적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소득을 발생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