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병우 DGB금융지주 회장
현재까지 채권 시장 등에서는 여전히 iM뱅크가 지방은행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관행을 깨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비금융권과의 협업을 늘리는 등이 노력으로 시중은행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에서 지난 6월 5일 iM뱅크로 사명을 변경한 iM뱅크가 가장 먼저 지역색을 빼는 데 집중하고 있다. iM뱅크는 1967년 국내 첫 지방은행으로 시작한 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과제로 주어진 정부의 ‘은행 과점 해소’ 방침에 따라 올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사상 처음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아냈다.
같은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지주사인 BNK금융 대주주는 롯데그룹이고,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지주사인 JB금융 대주주는 삼양그룹으로 두 대주주의 지분율은 10% 이상이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해당 지분을 4%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DGB금융만 이 규제에서 문제가 없었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기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체급 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경쟁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 DGB대구은행은 ‘첫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타이틀과 전국 진출 기회를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이익 확대에 유리하다고 판단, 시중은행 전환 기회를 잡았다.
황병우닫기황병우기사 모아보기 DGB금융지주 회장 겸 iM뱅크 은행장도 지난해 7월 시중은행 전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는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은행의 지속가능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전국 영업을 통해 창출한 이익과 자금을 지역에 재투자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iM뱅크가 법적인 요건만 아니라 은행권의 변화를 이끌 역량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의 이 같은 경영전략에 따라 iM뱅크는 가장 먼저 영업망 확대를 통해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iM뱅크의 올해 1분기 경영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점은 국내는 ▲대구 120개 ▲경북 59개 ▲부산 5개 ▲경기 5개 ▲경남 3개 ▲서울 3개 ▲울산 1개 ▲대전 1개 ▲인천 1개, 해외는 ▲중국 상해 1개 ▲베트남 호치민 1개 등으로 총 200개 지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지점 수는 2020년 237개에서 매년 감소해 현재 수준까지 왔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줄고, 지점 비효율성이 높아지면서 iM뱅크도 지점 통폐합을 매년 진행해 온 모습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뒤 이런 모습은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구로 지점 확대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특히 대구와 경북에만 179개 지점이 몰려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iM뱅크는 다양한 지역으로 지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iM뱅크는 올해 7월 24일 강원도 원주 지점 오픈을 시작으로 연내 수도권과 충청지역에도 거점 지점을 신설하는 등 3년 내 14곳의 역외 지점을 열 계획이다. 원주 지점은 시중은행 전환 이후 1호 거점 점포인데, iM뱅크는 정병훈 전 농협은행 강원영업본부장을 지점장으로 낙점했다. 지방색을 버리는 동시에 순혈주의 벽도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정병훈 iM뱅크 원주지점 초대 지점장 겸 강원지역 본부장은 원주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졸업한 지역통이다. 신규 지점을 조기 정착시킬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iM뱅크는 이번을 시작으로 지역 거점 점포는 내부 인사만 아니라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지점 확대와 함께 기업과의 협업도 빠르게 확대 중이다. 대구·경북지역에 한정된 고객층을 전국적으로 넓히기 위한 노력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KB국민카드와 포괄적 업무제휴를 맺고 앞으로 ▲카드 업무관련 경험 공유 ▲카드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지원 등을 공유하기로 했다. 같은 달에는 유니콘랩(U-Lab) 대구를 개소해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로 했고, 영남대와는 스마트캠퍼스 플랫폼 구축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7월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주거래은행 협약을 체결했다.
또 같은 달 이디야커피와 전국 마케팅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전국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iM뱅크가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 같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자금조달 시장에서는 다른 평가가 나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발행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내놓고 있어서다. 아직은 iM뱅크로 ‘간판’만 바뀐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M뱅크는 7월 5일 1년 만기 은행채를 2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당시 금리는 연 3.40%였다. 같은 날 KB국민은행의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3.36%로 iM뱅크보다 0.04%포인트(p) 낮았다. 같은 달 8일 하나은행의 1년 만기 채권 발행 금리도 3.32%를 기록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선순위채권 발행 금리가 0.02~0.04%p 차이 나는데 iM뱅크가 지난 5월 금융위로부터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은 뒤 2개월이 지났는데도 지방은행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iM뱅크는 채권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유치에 나섰다. 올해 최고 연 20%를 주는 적금을 내놓는 등 다양한 특판을 진행하고 있는데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
iM뱅크의 올해 3월 말 기준 원화예수금 자금조달실적은 총 52조8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조6066억원)보다 5.0%(2조4812억원) 증가했다. 원화예수금 증가율은 은행권에서 우리은행(5.4%)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그만큼 점포 확대와 수신 상품을 통한 자금 유치로 시중은행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iM뱅크 관계자는 “올해 추가로 들어설 점포 위치는 (서울) 구로와 동탄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영업점 개수와 관련해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구·경북 지역을 벗어난 점포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l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