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내 사정에 누구보다 정통하지만 어깨는 무겁다. 계열사들 수익성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효율적 자본배치를 통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한다.
1968년생 고관주 전무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2006년 이랜드차이나 CFO를 거쳐 2012년 이랜드그룹 전략기획실장, 2014년 이랜드그룹 재무본부장, 2016년그룹 CTO(세무총괄임원) 등을 지냈다.
2018년 그룹 내 유일한 코스닥 상장사인 이월드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는 그룹 CFO와 이랜드월드 세무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이월드, 이랜드리테일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경력에서 보듯이 고 전무는 재무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기획, 경영까지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쳤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안정적 재무구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관주 이랜드그룹 CFO/사진제공=이랜드그룹
이미지 확대보기고 전무는 그룹 자금난이 심화할 무렵인 지난 2018년 이 전 CFO와 함께 해외투자자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 케이스위스 등을 매각해 자본 안정화 작업도 진행했다.
이런 경험이 그룹 CFO를 맡은 고 전무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앞에는 크게 2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그룹 주력사업인 ‘그랜드 켄싱턴’에 원활하게 자금지원을 하는 것과 유동성 문제가 있는 일부 계열사 해결사로 나서는 일이다.
현재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파크 호텔·리조트 사업 ‘그랜드 켄싱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그룹 최초 5성급 호텔 ‘그랜드 켄싱턴’을 준비 중이다. 2025년 제주, 2026년 강원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룹 자금력도 이랜드파크로 집결되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지난 5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각 408억원, 391억원 규모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이랜드리테일로부터 400억원을 빌렸다. 같은 달 19일에는 이랜드월드가 이랜드파크 자회사인 이월드 지분 63.3%를 1468억원에 매수했다. 이랜드파크는 약 한달 만에 2668억원 가량 현금을 확보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 사업형 지주회사로, 국내 패션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킴스클럽 등을 운영하는 유통회사로, 그룹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그랜드 켄싱턴은 럭셔리 휴양 콘텐츠로 현재 이랜드파크가 사이판에서 운영 중인 켄싱턴, PIC, 코럴오션 골프리조트 운영역량을 모은 콘텐츠가 될 예정”이라며 “경제 규모가 더 커지고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프리미엄 휴양에 대한 고객 니즈와 개발 예정인 부지 입지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관광 콘텐츠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랜드파크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상황이 그다지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이랜드월드는 투자부담으로 순차입금이 계속 늘고 있다. 마곡 글로벌 R&D 센터, 중국 2기 물류센터 등 CAPEX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토스뱅크, 오아시스 등 지분투자 관련 부담이 더해지면서다.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21년 말 3조 7626억원에서 2024년 3월 말 4조1144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파크 종속회사 Micronesia Resort Inc 자본으로 분류된 전환사채 상환 계획(1360억원)으로 인해 당분간 재무부담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으로 하향조정됐다. 내수소비 위축, 소비성향 변화, 이커머스와 경쟁 심화 등 비우호적 사업 환경으로 매출이 정체되면서다.
이랜드리테일 역시 마곡R&D센터 건설, 점포 투자 등으로 연간 1000억원 가량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이랜드파크 유상증자, 대여금 등 현금이 빠지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이랜드그룹은 고 전무가 그룹 자본흐름과 관련된 주요 살림을 총괄함에 따라 각 계열회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관주 신임 CFO가 전략적이고 효율적 자본배치를 통해 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분야 전문 지식과 역량을 기반으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장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