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국 하나증권 세무자문팀장 “패밀리 절세 전략 중점…가족계좌 활용 필요” [절세열전 (4)]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중요요소로 세금을 빼놓을 수 없다. 얼마나 절세할 수 있느냐가 최종수익률을 좌우한다. 국내 증권사의 세금 연구소·부서 전문가들에게 세금 지식부터 절세 노하우까지 들어본다. <편집자 주>

“가족계좌를 개설하게 되면 총체적으로 패밀리(가문)로 관리할 수 있고 절세도 가능합니다. 이는 또한 패밀리 자산관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승국 하나증권 세무자문팀장(세무사)는 21일 한국금융신문과 인터뷰에서 “하나증권은 고액자산가를 넘어 고액 패밀리 개념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나증권은 하나은행과 함께 하나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이다. 그룹 차원의 ‘슈퍼 리치(super rich)’ 자산관리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오승국 팀장은 “일반적인 상속, 증여, 소득세에 대한 상담에 국한되지 않고, 세무가 자산형성에 기여할 수 있고 종합자산관리에 필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국 팀장은 10년 넘게 금융권에서 세무컨설팅 경험을 한 ‘세무통’으로, 한국 세무사(국세청), 미국 세무사(IRS)이며,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도 보유하고 있다. 금융권은 옛 대우증권 세무담당 고문으로 첫 발을 뗐으며, 이후 하나금융그룹에 와서 WM본부 세금 전문컨설턴트로 세금 업무 및 상담을 총괄했다. 은행과 증권의 통합WM부로 입사해서 고액자산가만 관리하는 WM 내부 상품담당, 부동산 담당자들과 세무를 맡았다. 2024년 현재 하나증권의 전체적인 세무 업무를 담당하며, 영업점 고객, 본사고객 관련 전반적인 세무 이슈를 지원하고 있다.

오 팀장은 "고액패밀리 자산컨설팅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고액자산가에게 필요한 것은 자산배분이다"고 강조했다.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증여 관련 세율이 높고 절세 수요가 크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은 상속세 이슈와 연동되고, 증여 이슈에 대한 관심도 사전배분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항상 존재한다고 했다.
한 사람에게 세 부담이 몰려 있기보다 미리 자산배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때 가족계좌를 개설하는 게 절세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상속세의 경우 실질적으로 세 부담을 지는 것은 자녀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경각심을 갖고 미리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증여재산공제의 금액도 10년 단위로 최대 5000만원을 한도로 하며, 세율도 50%에 이른다. 직접 증여하기에는 세 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증여 세금 문턱은 높은 편에 속한다고 오 팀장은 설명했다.

오 팀장은 “이러한 이유로 가족 법인에 대한 니즈가 많고, 금융자산 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투자까지도 법인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 혼인자금, 출산자금 증여재산공제가 시행되기는 했지만, 증여재산공제의 한도 증가와 상속세 부담 완화로 어쩔 수 없이 자산을 양도하거나 해외에서 증여나 상속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당투자 절세 전략도 중요하다. 종합소득으로 분류되는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가면 최고 49.5%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건강보험료(건보료)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가장 큰 부담은 누진세라는 점이다. 금융소득이 상당히 높아서 누진세율이 높게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소득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오 팀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소득이 없는 가족에게 증여를 통해 금융소득을 배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또한 건보료의 지역가입자 전환으로 추가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보유자산에 대한 고민과 함께 배당소득보다 자본소득으로 투자를 고민해 보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해외주식은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투자이다. 현행 세법 상 해외주식 투자로 번 연간 순익에 대해 250만원까지 기본공제하고, 차익 대상으로 22%(지방소득세 포함)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개인투자자가 확대되고, 특히 최근 AI(인공지능) 수혜주 등 주식 가격이 급등하면서 갑자기 커진 세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크게 높아졌다.

오 팀장은 “양도소득은 자본소득으로, 양도가액이 높거나 취득가액이 낮으면 소득이 높아져서 세금이 높아진다”며 “바로 장기투자는 취득가액이 낮다는 게 문제이다”고 짚었다.

취득가격을 높이는 게 세금 상의 이슈인데, 증여를 통해 현 시세로 수증자가 취득가액을 높여 양도세를 절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물론 증여세가 나올 수 있는데, 배우자 증여재산공제나 자녀에게 부(富)의 이전 수단으로 해외주식을 이용하면 양도세도 절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여공제제도 상 부부 간에는 10년간 6억원까지, 성인자녀는 10년간 5000만원, 미성년자녀는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은퇴자에게 유용한 현금흐름을 주는 연금도 세금 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서 세액공제 받았던 부담금이나 운용수익은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당시 연령에 따라 3.3~5.5%로 다른 소득 대비 저율로 과세하고 있다.

다만, 이렇게 받은 연금이 연간 1500만원을 초과한다면 추가 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율 또는 16.5% 분리과세 세율 중 선택해서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오 팀장은 "연금을 개시하기 전에 연금수령 기간이나 수령할 금액을 정해서 연간 1500만원 이내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계획해서 수령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다만 오 팀장은 “연간 150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노후 생활을 한다는 게 현재 물가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좀 부족한 금액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분리과세 금액 기준을 더 상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연금 계좌로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연금소득으로 저율 분리과세 될 수 있어서 유리하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국가 간 다른 세제 적용에 대해서 체크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에 있는 자녀를 주주로 해서 가족법인을 설립하려는 경우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 팀장은 “미국에서 한국법인의 주주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자녀를 참여시키는 경우, 지분율에 따라 법인 영업이익을 배당하지 않더라도 과세되는 길티세(GILTI, 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이는 간주배당세의 성격이다”며 “실제 배당하지 않더라도 해당연도 영업이익발생분에 과세되는 미국세금으로 한국에서 가족법인 설립 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당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지분율 구성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사항을 잘 컨설팅 받아서 가족법인 설립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불확실성도 아직 남아있다. 금투세는 오는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세금으로, 장단점이 있으며 시행을 두고 찬반이 나뉘고 있다. 금투세 장점으로는 금융소득 내 손익통산이 가능하고, 결손을 이월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국내 상장주식 및 채권 매매차익 등 금융자산의 과세 확대가 불가피하다.

오 팀장은 “(금투세 시행 시) 펀드 내에서 상장주식의 매매차익도 금투세에 해당되지만, 현 시행법에서 사모펀드는 배당소득으로 보아 고소득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급 과세의 문제도 있다. 그는 “상장주식의 경우 의제취득가액을 규정을 두고 있지만, 채권에는 해당 규정이 없다”며 “주식 외 금융자산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나증권은 세무지원 서비스를 MTS(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에서도 지원하는 것을 2024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MTS 안에 TAX센터를 개설하고, 가족계좌 내역 별로 이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싣는다.

오 팀장은 “고객 패밀리 자산관리가 될 수 있도록 가족계좌 개설 증대 효과를 내고, 영업점 방문 없이 MTS 내에서 손쉽게 세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