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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민, 도대체 누구를 위한 민족입니까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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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7-15 00:00 최종수정 : 2024-07-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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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슬기 기자

▲ 박슬기 기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그동안 업계 최저수수료를 내세우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지난 10일 중개수수료를 인상했다. 6.8%에서 3%포인트 오른 9.8%로 경쟁사 쿠팡이츠와 동일하다.

점주와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도 배민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최저수수료’였는데, 이제 그게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달 초엔 배민을 1년 반 동안 이끌었던 이국환 대표가 사임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이국환 전 대표가 이끌었던 배민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9% 오른 3조4155억, 영업이익은 65% 증가한 6998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냈다.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 지난해 영업이익 6174억원을 훨씬 웃돈다. 당시 독일 모회사 DH는 처음으로 4127억원 배당금을 받았다.

실적도 좋고, 서비스들도 잘 운영되고 있던 와중에 수장이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뭐가 문제였을까. 배민을 맹추격하는 쿠팡이츠 대응전략이 별개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대표가 사임할 정도로 결정적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업계는 이국환 전 대표와 모회사 DH 간 갈등이 컸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DH는 이국환 전 대표 사임 직전 경쟁업체만큼 배달 중개수수료를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대표가 현재로선 도입이 불가하다고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배민은 이미 포장 중개수수료,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 유료화로 눈총을 받았다. “수익성 강화를 통해 서비스에 재투자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우긴 했지만 중개수수료까지 인상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어서다. 아마도 이 전 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중개수수료 인상 시기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배민이 중개수수료를 올리게 되면 점주는 9.8% 주문 중개수수료 부담에 부가가치세를 더해 10.8%를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별도다. 배민은 이미 지난 1일부터는 신규 입점 점포를 대상으로 포장 중개수수료 6.8%를 책정했고, 다음 달 20일부터 유료멤버십 ‘배민클럽’ 유료화로 3990원을 부과한다.

수수료 부담이 커진 점주들은 음식값을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소비자들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정적 시나리오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DH가 중개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이유는 자명해 보인다. 유럽연합(EU) 반독점법 위반으로 60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상황에 처하면서 수중에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DH는 지난 7일 자사 홈페이지에 “국내 시장 공유,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 교환 및 비인수 계약에 대한 반경쟁적 계약 혐의로 4억 유로(약 5982억원)를 초과할 수 있는 벌금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이사회는 충당부채를 1억8600만 유로(약 2777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독일 본사 사정으로 국내 점주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 편의를 위해 탄생한 배달의민족은 DH 수익을 올리는 독일의민족이 된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 “배민은 안 쓰겠다”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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