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최근 1300억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사진제공=호텔신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최근 1327억9700만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3일 발행된 이 교환사채는 표면이자 0%, 만기이자 0%로 별도의 이자지급기일은 없다. 교환대상은 호텔신라 기명식 보통주다. 교환가액은 1주당 6만2200원으로, 교환사채 교환비율은 100%다. 교환청구기간은 이달 12일부터 2029년 6월28일까지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관광객 증대와 함께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아직 어려움이 있는 상황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 ‘제로금리 교환사채’ 발행은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신용등급 AA-로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금리가 낮지만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점이 걸림돌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1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는 금융비용을 지불하기 힘들다. 호텔신라의 부채비율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26.8%에 달하는 만큼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규모는 1327억으로 올해 1분기 기준 호텔신라 부채총액인 2조5091억원의 5% 규모로 꽤 크다. 1분기 이자비용은 149억원으로 연간 환산하면 596억원이다. 이렇게 되면 약 3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비용을 낮추면 주가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지금도 면세업계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특성상 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중국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다. 큰 돈을 쓰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줄고, 개별관광객이 늘어나는 점,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춘 점 등이 업황 부진의 큰 이유다.
이런 점 때문에 호텔신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신라면세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분기 면세부문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급감했다. 매출액은 8307억원으로 37% 증가했다. 다만 국내 시내점 매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20% 증가, 공항점 등 매출은 57% 증가했다.
업계 분위기가 침체된 가운데 2분기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 2분기 연결기준 매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1% 늘어난 1조494억원, 영업이익은 52.8% 감소한 318억원을 예상했다. 특히 면세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8.5% 줄어든 136억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명주 연구원은 실적 부진 요인으로 “예상보다 면세 사업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다”며 “중국인의 한국행 그룹투어 회복이 매우 느리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초에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중국 경기와 화장품 산업의 회복이 느린점이 아쉽다”며 “이에 따른 한국 면세 산업 회복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라고 말했다.
현재 신라면세점의 경쟁사이자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쉽지 않다. 지난달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겠다며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 ▲수익구조 안정화 ▲조직 슬림화 ▲전 임원 급여 20% 삭감 ▲전사적 인력 구조조정 등 계획을 밝혔다.
호텔신라는 수익성 악화 업황 부진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 전문화된 주류 플랫폼으로 강화하는 모습이다. 고마진인 위스키를 활용한 주류특화 유료 멤버십,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등 전방위에서 힘을 주고 있다. 주류가 면세업계 효자상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만큼 주류 전문화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