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헤지스 베트남 장띠엔 백화점 매장. /사진=LF 헤지스
LF는 구본걸 회장이 지난 2007년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설립한 회사다. 구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펼쳐 LF를 패션그룹에서 금융, 식품, 부동산 등을 영위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럼에도, LF 전체 매출에서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LF가 패션기업으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다. LF는 헤지스, 닥스, 질스튜어트, 리복 등 30여 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LF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07억원이다. 그중 패션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77.4%이다. 이를 환산하면 LF는 패션사업으로만 약 1조4700억원을 벌어들인다. 헤지스는 LF의 대표 브랜드로서 지난해 기준 국내외 매출 약 1조로 추정된다. 사실상 헤지스가 LF 패션사업의 약 70%가량 차지하는 구조다. 헤지스는 국내 기준 남성복 138개 매장, 여성복 117개 매장, 골프 70개 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LF의 메가 브랜드 ‘헤지스’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LF 헤지스 신규 디자인 로고. /사진=LF 헤지스
헤지스는 영국 엘리트 대학생들의 패션에서 영감을 받아 유행을 타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프레피룩(Preppy Look)’ 스타일의 캐주얼 브랜드다. 헤지스는 한국에서 탄생한 브랜드지만, 영국 감성을 담은 만큼 유럽에서도 이질감이 없다. 헤지스는 지난 2017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2020년에는 S/S 런던 패션위크에 참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 프랭땅 백화점이 주최한 ‘K-패션쇼’ 런웨이에도 오른 바 있다.
LF는 헤지스의 경쟁력을 일찌감치 알아봤고, 아시아권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2007년 중국을 시작으로, 대만과 베트남 등에 진출한 것이다. 헤지스는 우선 중국의 3대 신사복 보유 업체인 ‘빠오시냐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중국에서만 500여 개 매장을 둘 정도다.
헤지스는 중국에서 철저한 현지화,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이는 K패션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중저가 전략을 펼쳤던 점과는 다른 양상이다. 헤지스는 고가 전략을 취한 만큼 제품 디자인, 소재 질 등도 한국과 똑같이 적용했다. 매장도 중국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 쇼핑몰에 집중했다. 상해 강후이, 캐리 센터, 남경 금응 등이 그 예다. 헤지스는 현재도 중국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헤지스는 중국 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지난 2015년 6월 현지 아동복 기업인 ‘지아만시’와도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어 ‘헤지스키즈’로 아동복 카테고리를 확장해 고객층을 두루 확장했다. 헤지스키즈 역시 헤지스처럼 고급화 전략을 취했고, 매해 두 자릿수 이상의 신장률을 보여왔다. 헤지스는 국내처럼 중국에서도 남성복, 여성복, 골프웨어, 액세서리 라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LF는 대만, 베트남에서도 헤지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13년 처음 선보였다. 당시 대만 패션기업인 ‘먼신 가먼트’와 손을 잡았고, 대만 내 2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특히 대만의 최대 규모 백화점인 ‘퍼시픽 소고’ 본점 충효점에 단독 매장도 오픈했다. 헤지스의 지난해 대만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올랐다.
LF는 지난 2017년 베트남에서도 헤지스 첫선을 보였다. 베트남 역시 고급 캐주얼 브랜드로 전략을 취했다.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에 매장 1호점을 냈으며, 이후 호치민 등 지역을 넓혀 현재 9개 매장을 갖췄다. 베트남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코닉 라인’을 따로 모은 ‘아이코닉 존’을 카운터 뒤편 메인 영역에 배치한 점이 주효했다. 아이코닉 라인은 밝은 색감과 헤지스 특유의 ‘h’ 로고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지스 골프 라인도 베트남 상류층으로 파고들어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이처럼 LF 헤지스는 해외 사업에서도 고급화, 현지화 두 가지 전략을 취해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헤지스 해외 매출도 전년 대비 22% 성장하는 등 상승세를 탔다.
LF '아이코닉 시리즈'. /사진=LF 헤지스
이에 LF는 헤지스의 리브랜딩 전략으로, ‘로잉’을 택했다. 헤지스의 브랜드 정통성을 강조하면서도 초심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에 LF는 ‘헤지스 로잉 클럽’ 팝업스토어, 컬렉션 등 마케팅도 동시다발로 펼치고 있다. 신사적인 스포츠맨십과 클래식함을 디자인에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LF는 또 지난해 12월 헤지스 온라인몰 ‘헤지스닷컴’도 리뉴얼했다. 헤지스 브랜드 정통성을 콘텐츠로 전달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페이지별 방문객 목적에 맞도록 ‘UI(User Interface)’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개선했다. 헤지스 상품기획자(MD)가 추천하는 주간 이슈 상품을 선보이는 ‘HAZZYS PICK’과 헤지스 마케팅을 한곳에 볼 수 있는 ‘WITH HAZZYS’ 등도 개설했다. 그간 분산됐던 기획전, 이벤트 페이지도 통합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최근에는 가치 소비 트렌드에 맞게 유럽에서 재배되는 프리미엄 ‘아마(flax)’ 섬유를 적용했다. 헤지스의 친환경 ‘린넨’이 그 주인공으로, 친환경 농업으로 재배된 섬유를 원사로 사용했다. 여름용 아우터, 셔츠, 7부 티셔츠, 원피스 등을 선보였다. ‘유러피안 플랙스(European Flax)’ 인증도 받았다. 헤지스는 또 지난 3월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출시한 ‘해피퍼피 도네이션 티셔츠’ 판매 수익금 2000만원을 동물자유연대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반려동물 복지 증진에 쓰인다.
LF는 “헤지스는 영국의 문화적 감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 브랜드”라며 “국내외 고객 모두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 헤리티지와 스토리를 모두 갖춘 점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이어 “헤지스는 변하지 않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패션뿐 아니라 레저, 문화, 여가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재해석하고 있다”라며 “브리티시 클래식을 기반으로 유럽의 문화적 감성과 K패션 스타일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LF 온라인몰 '헤지스닷컴' 리뉴얼. /사진=LF 헤지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