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LG화학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2023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5가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가운데 12개를 준수하고 있다. 전년 13개에서 1개 줄었다.
미준수로 바뀐 항목은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이다. LG화학 2020~2022년 3개년 배당정책이 2023년초 마무리됐는데, 다음 2023~2025년 계획을 기업 지배구조보고서 공시기간이 지난 2023년 12월에야 발표한 탓에 미준수로 잡혔다.
LG화학이 다소 늦게 배당정책을 수립한 이유는 회사를 둘러 싼 경영환경이 생각보다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2022년에는 파격적 배당 상향이 이뤄졌다. 앞선 2019년 LG화학은 보통주 1주당 2000원을 배당했다. 그런데 이후 2020년 1만원, 2021년 1만2000원, 2022년 1만원 등 매년 5배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0년 10월 배터리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로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당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2년까지 배당성향 30% 이상, 주당 최소 1만원 이상 현금배당을 약속했다.
그런데 이 같은 배당정책이 끝난 2023년 결산배당은 보통주 1주당 3500원으로 전년 대비 65%나 줄었다.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배터리 물적분할 발표 직전에 주당 74만원을 넘나들던 LG화학 주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하게 하락세를 타더니 이달 35만원선까지 떨어졌다. 부진한 주가 흐름은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황 탓이 크지만 LG화학에 장기 투자하고 있는 주주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구광모닫기구광모기사 모아보기 LG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1호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신학철 부회장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한 배터리·친환경 소재, 신약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기존 사업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한계 사업으로 분류하고 매각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당을 크게 줄인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LG화학은 주주들 불만을 의식한 듯 “3대 신성장동력 사업 육성을 위해 집중적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며 “투자에 따라 성장이 본격 이뤄지면 더 큰 성과로 주주 환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몰린 LG화학으로선 이사회 구성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로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이영한 이사는 공인회계사로 시작해 금융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재무·세무 관련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차동석 사장도 재선임했다. 차 사장이 이번 임기까지 다 채운다면 LG화학에서만 CFO로 8년을 보내게 된다.
기타비상무이사인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영향력을 확대할 지도 지켜봐야 한다. LG그룹 전반 사업 전략을 조율하는 권봉석 부회장이지만 LG화학에서는 이사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만 속해 있다. 전임자인 권영수 전 부회장이 LG화학을 포함한 핵심 계열사 의장직을 맡은 것과 달리, 권봉석 부회장은 다른 계열사 주요 직책까진 맡지 않았다.
하지만 권봉수 부회장은 올해부터 권영수 전 부회장이 떠난 LG에너지솔루션 의장을 맡는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