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 CI. /사진제공=SSG닷컴
신세계그룹은 19일 SSG닷컴을 이끈 이인영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2선에서 자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수시인사를 단행해 효과를 높이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공동 대표에 강희석닫기강희석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와 함께 이인영 부사장을 신규 로 선임했다. 당시 정기 임원인사 이후 갑작스럽게 난 인사로, 내부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사로 투입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후 그해 10월 강희석 대표가 경질되고 이 부사장이 단독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G마켓 출신의 ‘재무 전문가’다. 숫자에 밝으면서도 사업적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 2006년 G마켓 파이낸스 실장으로 입사한 그는 2010년 G마켓 재무부문 부문장(CFO)에 올랐다. 2021년 G마켓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안살림을 담당했다. 신세계에 인수된 뒤 이 대표는 G마켓 지원본부 본부장 겸 이마트 디지털 신사업 테스크포스(TF) 관리장, 2022년 SSG닷컴 지원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SSG닷컴과 G마켓 재무, 회계총괄을 담당했다.
그런 그가 9개월 만에 경질됐다. 업계는 재무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FI과 풋옵션 갈등에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계기가 됐다고 봤다.
단독대표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교체된 이인영 SSG닷컴 전 대표. /사진제공=신세계그룹
SSG닷컴은 지난달 FI와 1조원대 투자금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SSG닷컴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로부터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으로 총 1조원을 투자받았다. FI는 SSG닷컴 지분을 15%씩 총 30%를 확보했다.
당시 투자 계약서에는 풋옵션 계약이 포함됐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 이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FI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약속한 조건을 이미 충족해 FI가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FI는 SSG닷컴 총거래액이 상품권 거래액 등을 포함해 과다 계상됐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FI가 1조원을 들여 투자했던 지분 30%를 되사는 대신 연말까지 제3자에게 팔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다만 연말까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룹이 지분 전량을 인수해야 한다. 이는 신세계에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최근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가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시름 놓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실상 FI와 갈등은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SSG닷컴을 정리할 거란 이야기는 재작년부터 나왔다”라고 말했다. 어피너티의 SSG닷컴 투자는 삼성그룹 출신 박영택 전 회장 시절 진행됐다. 이후 지난해 박 회장이 어피너티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SSG닷컴과 이별을 본격화 하려고 했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현재 신세계와 접촉 중인 증권사들은 인수 구조와 관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조건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업계는 증권사가 대출과 같은 구조로 SSG닷컴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손실 발생 시 신세계 그룹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나면 증권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증권사가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SSG닷컴의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2023년 1030억원 등 지난 5년간 4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는 1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SG닷컴 신임 대표에는 최훈학 전무가 내정됐다. 신세계그룹은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