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오는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이마트는 올해 1분기 수익성, 사업성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 등으로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이마트 연결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45% 늘었다. 시장 기대치(230억원)보다 2배 높은 수치다. 매출액은 7조2067억원으로 1%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배나 올랐다.
이렇게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이마트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고 있다. 증권가는 할인점 사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와 C-커머스 공세에 따른 국내 유통업의 위기, 건설 자회사 부진, 이마트24 구조조정 영향 등이 실적 정상화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바라봤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실적이 개선됐지만 2분기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 자회사 부진, 이마트24 구조조정 영향으로 유의미한 실적 개선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e커머스 공세에 따라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할인점 수요가 올해 실적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 역시 보수적 접근을 권고했다. 그는 “할인점 사업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 e커머스 부문의 모호한 사업 전략, 신세계건설 관련 불확실성이 주가 반등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분기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가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고 스타벅스, 신세계프라퍼티,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꾸준한 성장세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그룹 내 아픈 손가락들은 좀처럼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만년 적자 SSG닷컴은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100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고, 이마트24와 신세계건설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신세계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한 정용진 회장의 모습.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미지 확대보기이와 관련해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낸 리포트에서 “본업인 유통업에서의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과 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장부를 얼룩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SSG닷컴이 FI와 풋옵션(매수청구권) 발동 조건에 이견을 보이며 갈등도 빚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1)가 1조원을 들여 투자했던 지분 30%를 되사는 대신 연말까지 제3자에게 팔기로 합의했다. F1과 갈등은 봉합 됐지만 연말까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룹이 지분 전량일 인수해야하는 점도 위기요소다. 액수는 1조원이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이 2013년 인수한 편의점 위드미(現 이마트24)도 10년째 지지부진하다. 이마트24는 올 1분기 매출액 51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0%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3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억원 적자폭이 확대됐다.
부동산PF 부실 우려, 미분양 리스크로 고전하는 신세계건설은 영업손실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89억원 확대됐다.
주가도 참담하다.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1일 5만9100원으로 장을 마감한 이마트는 전날인 10일에 장중 5만88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2011년 9월 최고 33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와 비교하면 13년 만에 약 5.6배나 떨어졌다. 이마트 주가가 6만원 대로 떨어진 건 2011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시가총액은 1조6475억원이다.
시장의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회장 자리에 오른 그인 만큼 어깨는 더없이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 승진 이후 그동안 열을 쏟던 SNS활동과 골프에서 과감히 손을 놓고 일에 매진하는 모습이 그의 강력한 의지를 말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큰 게 현실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정 회장이 증명해야 할 경영능력은 지금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