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워홈
아워홈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안한 자신의 장남 구재모씨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동시에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아워홈은 창업주 고 구자학 회장이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FS(식품서비스) 사업 부문을 계열 분리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이후 구자학 창업주 네 남매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880만 주(38.56%)를, 장녀 구미현씨가 440만 주(19.28%)를, 차녀 구명진씨가 447만3448주(19.60%)를,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471만7400주(20.67%)를 보유했다. 장녀 구미현씨는 앞서 막내 구지은 부회장의 손을 줄곧 들어왔지만, 이번에는 오빠이자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섰다. 두 장남, 장녀의 지분을 합치면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2015년까지 아버지 구자학 회장의 총애를 받고 아워홈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범LG가인 아워홈도 장자 승계 원칙을 따랐고, 구본성 전 부회장이 이듬해 취임했다. 구지은 당시 부사장의 보직이 해임되면서 아워홈 남매 갈등도 처음 수면 위로 올랐다. 이후 2021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구미현씨가 구지은 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세 자매의 지분 총합이 59.55%가 되면서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을 누른 것이다. 세 자매는 의결권 통일 협약을 맺었다.
경영권을 잡은 구지은 부회장은 전면 리브랜딩에 나섰다. 냉동 도시락 브랜드 ‘온더고’ 신규 제품을 내고, 프리미엄 간편식 ‘구氏반가’를 선보였다. 식자재 사업에서도 영남지역 시니어·키즈를 위한 먹거리 시장을 공략했다.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케어푸드를,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을 위한 안전 먹거리를 맞춤형으로 제안했다. 병원의 경우 아랍권 환자까지 포괄한 할랄 메뉴까지 내놓았다.
특히 아워홈이 선보인 구독형 식단 ‘캘리스랩’은 업계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푸드코트에서도 ‘컬리너리스퀘어 바이 아워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품질을 강화하고, 좌석 간 거리를 넓혀 새로운 미식 경험에 힘을 줬다.
이에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이 1조9835억원으로, 전년(1조8354억원) 대비 8.1% 오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 역시 943억원으로, 전년(537억원)보다 75.6%나 폭등했다. 부채 비율도 2020년 197.8%에서 지난해 113.2%로 대폭 완화됐다. 그러나 배당금을 둘러싼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아워홈은 결국 수렁에 빠졌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금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이 2966억원을, 구미현씨는 456억원을 요구했다. 2022년 기준 아워홈 순이익 25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규모다.
구본성(왼쪽)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현 부회장./ 사진 제공=아워홈
아워홈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가 힘을 합쳐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부결했다. 이어 사내이사로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씨가 이름을 올렸다. 구 부회장은 임시 주총에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자사주 매입 안건을 올렸다. 회사의 배당 가능 이익 5331억원을 동원해 1년 안에 1401만9520주(전체 지분의 61%) 한도에서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구미현씨의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사수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경영에 참여한 바 없는 구미현씨가 자신이 대표이사가 되겠다며, 전날 구지은 부회장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예고대로 구지은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고, 구 부회장의 임기도 6월 3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구 전 부회장은 현재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아워홈 남매 갈등은 불씨가 남아있다. 앞서 언급한 세 자매가 맺은 의결권 통일 협약 때문이다. 구본성·구미현 남매가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특히 구미현씨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세 자매가 맺은 협약을 어기게 됐다. 이럴 경우 구미현씨는 최대 1200억원의 위약금을 물을 수 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