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패널토론 모습. / 사진= 한국금융신문(2024.05.02)
이미지 확대보기자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체질 개선을 독려하는 취지는 공감대를 샀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중장기 추진 과제라는 점에서 향후 진행 과정 속에 증시도 기대에 따라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3일 국내 증권사 리서치를 종합하면, 전일(2일) 금융위와 거래소가 개최한 '밸류업 지원 방안 2차 세미나'에서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기대와 현실 간 괴리는 불가피했다고 요약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핵심지표를 기업에 맞게 선별할 수 있도록 해서 유연성을 두었다. 기업들의 미래 지향적인 중장기 목표가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되도록 했다.
시장 경제 메커니즘에서 가장 세련된 피어(peer, 동료) 그룹 간 프레셔(pressure, 압력)를 통한 것으로, 암묵적인 패널티가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제시했다. 가이드라인은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5월중 확정하며,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공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여전히 시장의 기대와 밸류업 프로그램 진행 과정 간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며 "이번에도 시장이 기대하는 세제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는데, 물론 법인세 경감과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는 추가적인 지원 방안으로 진행중이라고 발표했다"고 짚었다.
이경민 연구원은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체질 변화를 모색해 나간다면 코스피 밸류에이션 정상화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또 한 번 앞서간 시장의 기대, 이로 인해 급등한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의 단기 변동성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관은 증권을 제외하면 밸류업 관련 전 업종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 당일 반응은 또 한번 실망감 표출에 가까웠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있지만 과도한 실망과 평가절하는 지양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정부와 유관 기관 방침에 발맞춰 민간 기업들의 주주환원 개선이 부각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추가 정책 강도와 남은 이벤트로, 주가 방향성은 기대와 실망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 의구심은 기업가치 제고에 인색했던 과거 기업 행태에 있으며,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지원 법안 통과로 밸류업 실마리를 찾고 싶어한다"고 제시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당장 시급한 문제는 낮은 주주환원 문제 타개 여부로, 배당, 자사주 소각 통한 재무레버리지 확대와 연결된다"며 "다만 재무레버리지는 업종과 기업 사정, 경영철학에 따라 천차만별인 관계로 강제할 수 없다"고 제시했다. 노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서 더 나아가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비효율 자산 처분으로 기업 경쟁력 제고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법인세 세액공제,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 분리과세 도입 계획을 밝힌 상태로, 오는 7월 세법 개정안에 담아 야당과 협의로 국회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반기 밸류업 지수 발표와 지수 연계 ETF(상장지수펀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발표될 밸류업 지수와 연계한, 이후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 영향이 관심인데, 유니버스 선정 방식, 편입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 전까지 각종 기대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K-시리즈 ETF 출시 전후로 기초지수 움직임을 살펴보면 기대감의 과열 및 조정 과정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상품 출시 이후에는 구성 종목의 펀더멘털에 따라 차별화된 주가지수 움직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설태현 연구원은 "상품 출시에 따른 단기적 수급 기대감보다는, 제시된 장기 목표의 달성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일본도 장기간에 걸친 밸류업 정책들이 누적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관련한 최종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고, 이를 실제 활용하여 공표한 기업으로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며 "일본 사례를 보면 주주환원 강화 이외에 성장 투자 제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대응 강화,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IR 강화 등을 제시한 사례도 많았다"고 제시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PBR 1배 미만 여부를 떠나, ROE(자기자본이익률) 대비 PBR이 낮은 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과거 R&D(연구개발) 투자의 결과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진입장벽)를 구축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