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논현동 사옥. /사진=손원태기자

남양유업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6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승언 대표집행임원(대표)을 선임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함께 한앤코 윤여을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을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부사장을 임시의장 및 사내이사로 함께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한앤코는 앞서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과 지난한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에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해 오너 리스크를 촉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 등은 홍 전 회장 발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소비자 사이에서는 남양유업 불매와 같은 역풍이 일어났다. 홍 전 회장은 이전에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한다거나 폭언하는 등의 갑질 논란을 불렀다. 또한, 경쟁사에 비방 댓글을 지시한다거나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같은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샀다.
홍 전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로 경영권을 넘겨주기까지 여러 크고작은 ‘오너 리스크’를 냈고, 이는 그가 경영권을 한앤코에 넘겨주게 된 계기가 됐다. 홍 전 회장은 오너 일가 지분 전량(53.08%·약 3100억원)을 한앤코에 경영권과 함께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법률사무소 쌍방 대리를 문제 삼으며, 매각을 백지화했다. 3년에 걸쳐 시작된 홍 전 회장과 한앤코의 싸움은 대법원의 한앤코 승소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동시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말 그대로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맡는 이사회와 다른 개념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임원으로, 대표 집행임원에 김승언 경영지배인이 오른 것이다. 한앤코 주요 임원들이 남양유업 사내이사로 대거 선임된 가운데 ‘남양맨’ 출신 김 대표가 CEO직을 유지해 이목을 끈다.

남양유업 김승언 대표집행임원. /사진=남양유업
코로나 기간 남양유업은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724억원 등 적자를 연속으로 냈다. 그러나 매출에서는 2021년 9561억원, 2022년 9647억원, 2023년 9968억원 등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에 올해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1조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 코로나 3년간 급식사업 위축 등을 사업 다각화로 전화위복했다. 여기에 미혼모,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거나 산모 대상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남양유업의 전략은 각종 리스크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를 재건했다. 일종의 리브랜딩인 것이다.
동시에 남양유업은 임신부,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정보를 제공해왔다. 또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산모에 음악회를 마련해주거나 분유 등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미혼모 생활시설에는 자사 분유 제품을 후원했다. 상생경영 차원에서 대리점주 자녀들에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운영했다.
남양유업이 적자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적에서 가능성을 보인 것은 이 같은 리브랜딩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한앤코도 새 인물을 대표로 선임하는 것이 아닌, 남양유업 속사정을 잘 아는 김 대표를 신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한앤코는 지난 2021년 남양유업 인수합병(M&A) 체결 당시 직원들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경영 안정화가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김 대표가 미등기 임원으로 등록된 만큼 기업 경영에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