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지난 2020년 수주한 싱가포르 LTA J151 무인전동차./사진 = 현대로템
이미지 확대보기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로템의 수주잔고는 총 17조5003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수주잔고를 지난해 매출액 3조5874억원으로 나누면, 총 4.87년치의 일감을 확보해 둔 셈이다.
2022년부터 이어진 해외의 K-방산 열풍때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난해 현대로템 수주 효자 품목은 본업인 전동차 였다.
지난해 현대로템의 신규수주액은 7조6709억원이다. 이 가운데 전동차·고속철을 담당하는 ‘레일솔루션’의 수주액은 5조2727억원으로 전체의 68%에 이른다. 전년 대비로는 349%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현대로템의 해외 대규모 전동차 공급 수주가 이어지는 점이 눈에 띈다. 전동차는 고속철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낮은 대신, 그만큼 차별화를 꾀하기 힘들다.
올해 2월 6일 현대로템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교통국(LACMTA)가 발주한 6억6370만달러(약 8700억원)규모 전동차 공급 사업에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에는 호주 퀸즐랜드 주(州)정부가 발주한 ‘호주 QTMP(Queensland Train Manufacturing Program) 전동차 공급 사업’에서 현지 철도업체 ‘다우너’와 컨소시엄을 맺어 전동차 제작 업체로 최종 선정됐다. 사업규모는 1조2164억원에 이른다.
현대로템은 호주 시장에서 2016년 2층 전동차 공급 사업을 첫 수주한 이후 2019년과 2021년에도 같은 전동차를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2016~2020년 싱가포르 LTA J151 무인전동차, 튀르키예 이스탄불 메트로 전동차, 이집트 카이로 3호선 전동차, 말레이시아 MRTC 쿠알라룸푸르 2호선 전동차, 카자흐스탄 알마티 메트로 1호선 전동차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해외 발주처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로는 기술력과, 해외 수출실적 등이 거론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경우 시행청들이 평가 기준을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아 수주 요인에 대해서 일반화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지난 2월 미국 LA 계약의 경우 원인이 공개됬는데 납기 준수, 수출실적, 기술점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로스앤젤레스 전동차 공급 사업 수주에 힘입어 미국 현지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남 필라델피아 공장 철수 이후 16년 만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미국내에서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하면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만 하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때문에 당연히 공장 설립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루마니아 정부는 다음달 현대로템의 K2전차 실거리 사격 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리 사격은 통상 계약 체결 전 마지막 단계로 진행된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루마니아는 총 300대의 전차 도입을 계획 중인데 이 중 이미 도입 확정된 미국 M1A2 에이브람스 54대를 제외한 246대를 두고 현대로템 K2와 독일 레오파드2A8이 경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사격 테스트가 예정되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다”며 “방산 수주잔고 내에서 90%를 차지하는 폴란드 의존도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