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하나가 최근 나온 신용증권 ‘컬리와 이마트’라는 제목의 리포트다. 이마트 실적부진 원인이 연결종속회사인 신세계건설 부진이 아니라 전략 혼선에 문제가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유통업에서의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SG닷컴이) 장보기몰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카테고리도 잘 하고 싶은 욕심 또한 버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잘 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과 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장부를 얼룩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마트는 2021년 약 3.4조원을 들여 G마켓과 옥션(옛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던 시기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당시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부회장(현재 회장)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 이마트가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충분한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었다.
그런 그의 말이 무색하게도 3년이 지난 지금 SSG닷컴과 G마켓 시너지는 미미하기만 하다. 이마트 성수점과 여러 부동산들을 세일즈 앤 리스백 형태로 자금을 마련하면서까지 사들인 G마켓이었지만 유통 산업 지형을 바꿔놓진 못했다.
온·오프라인 계열사 시너지를 내기 위해 내놓은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실망스럽다. 1400만 회원을 보유한 쿠팡 ‘와우클럽’에 견줄만한 경쟁력이 없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소비자들 구미를 당길만한 차별화된 혜택이 부재했다는 이유가 컸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전통 유통기업과 파격적 실험을 도전할 수 있는 신생 유통기업과 차이에서 오는 한계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참담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기불황과 업황부진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 보다 27% 감소했다. 10년 전 80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났다.
이마트 업력에 절반도 안 되는 쿠팡이 지난해 매출 30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한 것과 상반된 행보였다.
주가도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1년 9월 최고 33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3일 기준으로 6만7200원대로 떨어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7만~8만 원대를 오갔는데 그 사이 또 하락했다. 최고가를 경신한 11년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약 5배가 하락했다.
지난 3월 승진한 정용진 회장 책임경영이 요구되는 순간이다. 신세계그룹은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 회장이 손을 댄 사업마다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무엇하나 잘해낸 것도 없는데 경영활동보다는 SNS로 개인일상을 게재한 점도 신뢰를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회장자리에 오른 그가 조금은 달라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손에서 놓지 못하던 SNS 활동도 멈추고, ‘쇄신인사’ ‘성과중심’ 등 연신 날카로운 칼날을 예고하며 실적 반등에 주력하고 있다.
정 회장 어깨는 더없이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경영을 통한 성과를 내야하는 시기인 데다 회장 자리에 오른 후 달라진 이마트를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유통 시장에서 그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