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노조 탈퇴 강요’ 의혹으로 5일 구속됐다. /사진=SPC그룹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허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 허 회장이 입원한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영장을 집행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8일, 19일, 21일 검찰로부터 세 차례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업무 일정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같은 달 25일 검찰청에 출석했으나 가슴 통증을 호소해 조사는 1시간 만에 종료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검찰은 전날 추가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허 회장 측은 건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SPC그룹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SPC그룹이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노조위원장 A씨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구속기소한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SPC그룹이 검찰 수사관을 통해 수사 정보를 빼돌린 과정에서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민주노총 탈퇴 강요 의혹을 수사하면서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황 대표와 SPC그룹 백 전무(구속기소)가 공모해 검찰 수사관 A(구속기소)씨로부터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 등 각종 수사 정보를 빼돌리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파악했다. 당시에도 검찰은 허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배임 혐의 여부를 수사 중이었다.
이와 관련, SPC 측은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허 회장)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라며 “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SPC그룹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