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보를 다루다 보니 당연히 ‘지적공사’라는 명칭을 사용했는데, 처음 접하면 당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몇 년 전엔가 ‘국토정보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줄여서 LX공사라고 한다. 영문 명칭이 Korea Land and Geospatial InformatiX Corporation인데, 여기서 ‘L’과 ‘X’를 따온 거 같다.
LX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민간 업역과 경쟁구도를 갖는 기관이다.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낡은 지적 자료를 디지털화하면서 영세 중소기업들 사업 영역을 침탈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이유다. 감정평가, 자동차 검사 등과 마찬가지로 국토정보공사 업무 역시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창사 47년만에 공사 설립 근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공간정보 구축 주도 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어명소 LX공사 사장은 “법 통과를 계기로 국가 신산업 육성과 민간 시장 창출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LX공사는 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지적측량 수요가 급증했고 그 수수료 수입도 짭짤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시절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지난 2022년 창사 이래 처음 111억원 적자를 냈다. 작년에도 560억원 적자가 났고 올해는 1000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년 수백억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던 회사였다. 심각한 경영 위기다.
어명소 사장이 작년 11월 취임 이후 3주 만에 ‘비상경영체계’를 선언했다. 임원 급여 일부 반납에 이어 지사 통폐합, 유휴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여느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LX공사 역시 정부 재정지원만 바라는 안이함에 기대지 말고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 세금 쓸 생각 말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서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고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 와중에 얼마 전 나온 LX공사 보도자료는 공사가 진정성 있게 살 길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내가 사장이라면? MZ 직원의 번득이는 아이디어 어디까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다. 어명소 사장이 40대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밀레니얼보드 위원들과 경영위기 속 토론회를 열었다는 내용의 자료였다.
이날 토론회는 경영위기 전반을 공사 MZ세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고 LX공사는 설명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자료 어디에 그런 시선이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소통 통해 그릇된 위기감을 건설적 위기감으로”, “자기개발 휴직은 곧 공사 발전에 도움” 등과 같은 부제는 오히려 고루한 경영진 시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건설적 위기감’이란 게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기개발 휴직은 무급이라 공사에 도움이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어떤 직원은 경영위기 상황에서 업무용 차량 세차도 셀프세차를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진심인지, 아니면 사측의 준비된 의견을 대신 발표한 것인지 의아하다.
LX공사는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서 왜 이런 행사를 기획했을까.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당당하게 배포하는 회사 문화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그 토론회에서 나온 젊은 직원들 의견이 전부 이런 내용이었다면 LX공사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