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근주 회장(한패스 대표, 공학박사)
챗GPT의 등장은 생성형 AI 열풍으로 이어졌으며, 전 세계 기술혁신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후 발생한 실리콘밸리뱅크의 파산은 핀테크 혁신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했으며, 연준발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핀테크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올해는 푸른 용의 해로서, 지난해 웅크림의 시간을 보냈던 우리에게 올해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솟구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벌써 8회째를 맞고 있는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참여하는 기업 및 기관도 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세계 150여개 국가 및 지역에서 6만 6000여 명이 참관했다. 지난해 기록한 115개 국가, 6만 2000여 명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규제 존(Regulation Zone)'에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을 포함한 정부 기관 530곳에서 2,400여 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은 드러난 숫자로만 봐도 초대형 글로벌 핀테크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일원으로 부러울 따름이다.
현장에서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우리 협회는 직접 나서 한국관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유관기관과 협력해 많은 우리 핀테크 기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번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들은 행사 기간인 사흘 내내 잠재 고객 및 파트너 등과 시간을 쪼개가며 회의를 이어갔다. 행사를 앞두고 쏟아진 회의 약속을 모두 소화하기에 벅찰 지경이었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크고 작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세계 최대 핀테크 교류의 장에서 저마다의 역량을 뽐내며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는 광경은 머지 않아 크고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나라의 선명한 핀테크 리더십이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기 때문이다. 바로 ‘아시아 핀테크 얼라이언스(Asia Fintech Alliance, AFA)’의 출범이다.
AFA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를 포함해 총 10개국(대만, 말레이시아, 몽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필리핀, 한국, 홍콩?)이 아시아 지역의 탄탄한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됐다.
AFA와 각국 핀테크 협회는 아시아 지역 핀테크의 발전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각국 시장 접근성 확보 ▲스타트업 멘토링 ▲회원 간 국경을 넘은 네트워킹 기회 창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AFA의 공식 창립을 공표하기에 앞서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면서, 이를 주도했다. 2023년 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핀테크 라운드 테이블’에서부터 시작해 서울에서 열린 '2023 아시아 핀테크 컨퍼런스 인 서울' 행사에서 아시아 6개국 핀테크 협회 대표단이 뜻을 모아, 이번에 전 세계에 AFA의 출범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협회는 AFA 창립을 주도하면서 각국 핀테크 업계가 지역적 한계를 넘은 교류와 소통에 대한 니즈(needs)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전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힐 수 있는 주춧돌을 하나 놓았다고 자부한다. 물론 이는 아시아 각국의 기대가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닌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거침없이 진출해서 제각기 역량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쓸 방침이다.
이러한 약속이 허언(虛言)이 되지 않도록 차근차근 신뢰를 쌓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협회 산하의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은 작년 4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주기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학술적 접근으로 서로를 알아가면서 상호 협력하고 성장할 기회를 함께 찾고 있는 것이다. 이달 아니면 내달 등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하게 동행하는 파트너가 되는 중이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도 '싱가포르 핀테크 페스티벌'에 버금가는 글로벌 핀테크 행사를 개최하는 주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행사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생태계 집중력이 커지며 후방 산업을 함께 발전시킨다. 대표적인 예는 매년 1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가전전시회(CES)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시장을 세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일과 함께 잠재 고객과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찾아오도록 하는 두 가지 작업이 함께 이뤄지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쉼 없이 그리고 굳건하게 다지고 있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의 연대가 해를 거듭하면서 더욱 공고해지면, ‘글로벌 핀테크 생태계’를 한국이 주도하는 시대가 분명히 도래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근주 회장(한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