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한미약품
이미지 확대보기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두 번째 심문 기일을 열어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이달 중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을 언급하면서 “주요 쟁점들은 다뤄진 것 같다”며 심문을 종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측에 필요한 추가자료나 의견은 오는 13일까지 제출토록 해 가처분 인용 여부는 이달 주총 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한미와 OCI가 합병한다면 기존 지주회사였던 한미사이언스는 OCI그룹의 중간 지주회사로 위상이 추락해 주주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지주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의사결정과 수익을 창출하는 자회사들을 거느리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3배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왔다”며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간 지주회사들의 기업가치는 평균 PBR 1배 미만으로 이를 중간 지주회사로 전락하는 한미사이언스에 적용하게 되면 주가가 반토막이 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로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일부 최대 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트려 많은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 사장은 신약 개발을 위해 자금수혈이 필요했다는 한미그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거래를 주도한 사모펀드에서도 분쟁의 시작은 상속세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번 거래의 목적은 어느샌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상의 목적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약품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자회사를 통해서도 수익성 높은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번 합병의 총 거래 금액을 생각할 때 한미약품그룹의 몇 년치 이익만으로도 충분히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수익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47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51억원, 115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4909억원, 영업이익 2207억원, 순이익 1593억원을 냈다.
임 사장 측은 “경영상의 자금수혈이 과연 어떤 사업을 위해 필요했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며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어디에, 얼마를 투자 담보하고, 어떻게 신약 개발을 해 나가고자 하는지 등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사업계획 보고서가 검토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한미사이언스가 자금 조달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적자’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영업이나 기술개발 등 한미약품그룹의 정상적인 기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항이 아니다.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130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적자 금액 1300억원 중 약 600억원은 한미약품그룹 관계사 주식을 사는데 비용이 들어갔으며 약 600억원은 공장 등의 자산을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며 “과연 이게 한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적자’로 인한 자금 조달 사유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사장은 일반 주주들을 배제한 이사회 의사결정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거래는 상속세 문제로 시작됐고 이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표면에 드러났다”며 “해당 거래는 3가지의 계약이 한 번에 진행되는 형태로 이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실질적인 경영권이 OCI그룹에 넘어가는 구조며 이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동일인을 OCI 오너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경영권이 외부인, 그것도 제약·바이오 비전문 기업에 넘어가는 사항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4명의 결의만으로 통과됐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을 전혀 모르는 사외이사들을 동원해 한미의 경영권을 넘기는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떠나 도덕적으로도 일반 주주들의 권익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주회사 체제에 따라 한미사이언스는 계열사의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의약품 등에 대한 영업과 신약 개발을 한미약품에서 담당해 왔다. 이번 거래를 통해 들어오는 돈은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한미약품에 투입돼야 마땅하다”며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자금을 계속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 대한 배임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