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사진 = HD현대중공업
이미지 확대보기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그동안 기본설계 사업자에게 이후 초도함 건조를 맡긴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DDX의 기본설계는 이미 HD현대중공업이 맡아 완료한 상태다. 관행대로라면 입찰제한을 피한 HD현대중공업이 이후 초도함 건조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아져 한화오션의 위기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관행이 함정 전력화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이고 한화오션이 이후 사업을 맡으면 기본설계 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주장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를 이어받을 기술력을 보유했고 사업자 변경으로 인한 또 다른 기밀유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경찰청에 HD현대중공업을 고발한 것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KDDX 개념설계보고서 유출사건은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조직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2015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를 탈취한 혐의로 방사청 심의위원회에 넘겨졌다. 관건은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HD현중 특수선 사업부 직원 9명이 임원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다. 임원 개입이 인정되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으로 부터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최대 5년간 방산 사업 입찰이 제한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의 계약심의위원회에서는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입찰제한)제재 처분할 수 없다”며 행정지도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한화오션은 이에 방사청 심의 직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4일 HD현대중공업을 경찰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기업간 사업과 관련해 기업이 정부의 처분에 반발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다른 회사에 내려진 처분에 대해 반발하며 경찰고발에 이른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한화오션 성명을 통해 “단순히 업체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건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한화오션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 같은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아무런 제재 없이 방위사업 및 법죄가 발생한 해당 사업의 후속 사업을 계속 수행하는 잘못된 선례가 형성될 것을 우려해 고발에 이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화오션의 강경대응이 방위사업청의 지난 함정건조 사업 진행 관행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초도함 건조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방사청 발주 사업 가운데 기본설계를 맡은 사업자가 초도함 건조까지 맡아왔다. 현재까지 이러한 관행에서 예외 사례는 없었다.
방사청 규정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방사청 방위사업관리규정 제89조(기본설계 결과에 따른 조치) 2항에 따르면 “기본설계 결과(전투용 적합 판정 시)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하여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로 하여금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KDDX 개념설계를 탈취한 혐의가 입증된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맡았다는 점이다. 관행대로라면 HD현대중공업이 이후 상세설계와 초도함까지 연이어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방산사업 특성상 사업 비용과 전력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설계 이후 상세설계의 사업자가 달라지면, 복잡한 무기체계와 기밀이 얽힌 방산업계 특성상 상세설계 사업자가 기본설계를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방사청 조항은 강제성은 없지만 결국 사업 특성상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러한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본설계를 맡은 사업자가 사업진행을 위해서라도 초도함 건조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은 HD현중이 내세우는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해군이 갖고잇는 HD현중의 기본설계를 한화오션이 그대로 넘겨받아 차질없이 사업을 속행할 수 있다”고 했다.
한화오션이 HD현중의 기본설계도를 넘겨받아 역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기밀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본설계의 진행도를 고려해 봤을 때 HD현중의 기밀이 한화오션으로 넘어올 만한 요소는 없다”고 했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