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회장은 지난 30여년간 포스코 생산현장을 누빈 ‘철강맨’이다. 포스코 회장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최정우닫기최정우기사 모아보기 회장 2기 체제에서 부회장직과 그룹을 상징하는 ‘포스코’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룹 내 2인자 자리를 다져왔다.
거칠 것 없어 보였던 그에게 커다란 장애물이 생겼다.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및 전·현직 포스코 임원 및 사외이사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건이다. 고발장에는 김학동 부회장 이름도 올라가 있다. 승승장구하던 ‘포스코 넘버2’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김 부회장은 1959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춘천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했다. 동갑내기 입사동기로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가 있다.
포항제철 입사 후 현장 주요직을 두루 거쳤다. 상무 시절 광양제철소 제선부 3제선공장장, 광양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을 지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2015년 포항제철소장, 2017년 광양제철소장, 생산기술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철강부문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 취미는 불멍이라고 한다. 오랜 기간 제철소장을 역임하면서 쇳물을 모니터링하다 생겼다고 한다. 그만큼 철에 진심인 사람이다. 포스코 차기 회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직에 올랐다. 포스코 부회장은 30년만에 부활한 자리였다. 그는 1990년 3월 황경로 부회장, 1992년 선임된 정명식 회장에 이은 포스코 역사상 세번째 부회장으로 기록됐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사업 분야 책임경영 강화와 그룹 내 중심사업회사 포스코 대표라는 위상을 고려해 부회장 승진을 결정했다.
김학동 부회장은 현장 전문가이면서 기민한 경영인 모습을 보여줬다. 탈탄소 시대에 직면한 ‘굴뚝산업’인 철강업계 위기에 대응해 ‘2050탄소중립로드맵’을 제시하고 탈탄소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탄소중립 핵심기술로는 석탄대신 수소로 쇳물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제시했다. 포스코는 2026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를 상업화하고 2032~2033년에는 세계 최초 수소환원제철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탄소중립 중간단계로 저탄소 철강 생산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2022년 3월 호주 자원개발 기업 ‘핸콕’과 함께 저탄소 철강원료인 HBI(Hot Briquetted Iron) 생산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같은 해 5월에는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에 HBI사업을 위한 전략산업단지 부지 임대를 요청했고 12월 당국으로부터 부지할당을 승인받았다.
HBI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한 환원철을 조개탄으로 성형한 가공원료다. 고로(용광로)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로 고급강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필수 원료다. 기존 전기로는 스크랩(고철)을 원료로 쇳물을 만들어 품질이 떨어진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던 포스코 역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대표이사 첫 해인 2022년 6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A씨가 직장상사 4명을 유사성폭행·성추행·성희롱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포스코는 같은 달 28일 해당사건 책임이 있는 임원 6명에 중징계를 내렸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로서 경고 처분을 받았고 생산기술본부장, 포항제철소 소장·부소장 등에는 감봉 및 보직해임을 내렸다. 당시 사건으로 국민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던 포스코는 적지 않은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같은 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피해로 49년만에 포항제철소 전면 가동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침수로 인한 생산차질과 재고 손실 등 피해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사고가 발생한 3분기 영업익은 4503억원으로 직전 분기 1조4074억원 대비 31%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연임 좌절 후 김 부회장은 그룹 회장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 등이 경쟁자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포스코 초호화 이사회 의혹에 김 부회장이 빠짐없이 연루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다만 초호화 이사회로 여론 질타를 받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선출 절차를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내부 후보군 어느 누구도 초호화 이사회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후추위는 31일 5명 내외 ‘파이널리스트’를 발표한다. 이들 중 심사를 거쳐 내달 중 1인을 선정하고 3월 주주총회에 차기 회장 후보를 상정한다.
홍윤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ahyk815@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