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3년생 / 광주상고 /호남대학교 행정학 학사 /전남대학교 행정학 석사 / 서울은행 입행 / 하나은행 봉선동지점,금남로지점,광주지점 지점장 / 하나은행 광주금융센터지점 지점장 /하나은행 호남영업그룹장 겸 광주전남영업본부장(본부장, 전무, 부행장)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한국금융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업권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정민식 대표는 지난해 말 진행된 2024년 하나금융그룹 임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첫 임기였던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난 2년은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리스크 말고는 기억이 안날 정도로 모든 힘을 쏟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저축은행 업계는 공교롭게도 정 대표가 임기를 시작한 2022년부터 업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내외 불안정한 금융환경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저하가 시작된 것이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강화 권고에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것도 실적 악화에 불을 붙였다.
본격적인 문제는 2023년부터 시작됐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판매한 고금리 수신상품들이 이자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영업익 하락을 이끈 것이다.
이에 국내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1분기 9년 만에 적자 전환했으며 3분기 누적 순손실 규모는 1413억원을 나타냈다. 2023년 연간 누적 순손실 규모는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연체율도 악화됐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 여신 연체율은 2022년 말 3.4%에서 지난해 3분기 말 6.15%까지 올랐다.
정 대표는 “저축은행에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경기 악화, 고금리 기조 지속 등 금융 시장은 살얼음판을 밟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여리박빙 (如履薄氷)의 상황이었다”라며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덕분에 유동성 비율을 170% 이상, BIS비율을 15% 이상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실제 정 대표 취임 전인 2021년 말 기준 하나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159.41%, BIS비율은 14.90% 수준이었지만, 첫 임기 막바지인 2023년 3분기에는 각각 23.86%p, 0.82%p 오른 183.27%와 15.72%를 나타냈다.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그는 놀랍게도 영업 전문가다. 198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그는 주로 영업 분야를 담당하며 호남영업그룹장 겸 광주전남영업본부 부행장을 역임해 ‘영업통’으로 불린다.
그는 40여 년간 영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리스크 관리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무수히 많은 금융 위기를 겪다 보니 금융에서 1순위는 리스크 관리라는 걸 알았다”며 “고객이 거래 과정에서 안심할 수 있는 게 제일 중요하므로 안심 거래를 위한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이 영업에 있어 기본“이라고 말했다.
영업 전문가답게 영업에서의 성과도 분명했다. 정 대표는 “제가 은행 출신이다 보니 이를 잘 활용하고 싶었다”며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과의 협업을 노력했고 하나은행과의 연계 영업 물꼬를 틀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시너지 혁신팀’을 신설했다. 관계사와의 협업을 위한 결정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하나저축은행은 하나은행을 찾은 고객이 추가 대출이나 예금이 필요할 때 부족한 서비스를 이어서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영업을 강화했다. 하나금융그룹 안에서 ‘원팀(one team)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정 대표는 “하나금융그룹에 유입된 손님들이 그룹 내에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계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하며 업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그는 저축은행의 어려움이 ‘고유시장 부재’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 대표는 “은행에 오랜 시간 몸담아 왔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저축은행 업권이 주기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은행과는 다르게 저축은행 업권만의 고유시장이 없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시장에서 타 금융업권과의 경쟁 과열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상황이 나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 업종이 어려워지면 업권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등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대로 저축은행 업권은 고유시장이 없다. 카드, 캐피탈, 증권, 보험 등 비은행 업권들이 고유의 업무 영역·시장을 갖춘데 반해 저축은행의 수신·여신·기타업무는 타업권과 모두 교집합이 있다. 우량 고객들이 집중되는 은행과 다르게 중·저신용자들이 모이지만 이들은 저축은행 외에도 2금융권에 고르게 걸쳐있다.
이처럼 고유 시장이 없다 보니 저축은행은 새로운 수익처를 찾으면 그곳으로 몰려간다. 문제는 그 수익처에 어려움이 생기면 업권 전체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PF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 부동산PF 연체율은 5.56%로 전체 금융업권 중 증권업계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대출 잔액도 10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저축은행들은 업권 내 경쟁이 심화되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금융 비중을 늘려왔다. 저금리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쏠쏠한 수익원이 됐던 부동산 금융은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는 물론 건전성을 위협하는 골칫덩이가 됐다.
정 대표는 이러한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저축은행만의 고유시장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저축은행이 주 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유시장이 마련되고 금융시장에서의 저축은행 포지셔닝이 명확해지면 저축은행도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리스크 대응이 미흡했던 2012년 저축은행 사태와 달리 현재의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 수준의 건전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기업금융은 시장이 흔들리면 그 흔들림에 같이 어려워지기에 리테일과 같은 안정적인 자산을 꾸준히 확대하는 게 중요하며 이것이 지속성장의 틀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보다 체계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기업금융본부와 리테일금융본부에 여신관리팀을 배치하여 일원화했다. 그는 “영업부터 사후 관리를 일원화시켜 원스톱으로 한 팀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 대표가 포트폴리오 변경과 조직 재편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산 안정화다. 그는 “2024년은 자산의 질적인 교체 추진을 통해 성장과 리스크 관리 두 마리를 잡는 게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산안정화의 방법 중 하나로 정 대표가 추진한 관계사 연계 영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상품 판매 대리인이 끼게 되면 수수료가 발생해 상품 가격이 올라가지만 연계 영업을 하게 되면 비용도 줄이고 그룹사의 금융 노하우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자산을 선별할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손님이 제 외할머니라고 생각하면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대하게 된다”며 “또한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므로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의 이런 마음 때문일까, 하나저축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메세지로 만들어진 액자에는 ‘고객중심’·‘믿을 수 있는 곳’·‘고객과 같이 가는 친화적인 은행’ 등 우호적인 메시지로 가득했다.
정 대표는 “이 액자를 대표실에 늘 걸어두고 있다”며 “손님이 없으면 우리도 없는 것이기에 손님의 행복을 위해 많이 고민한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경영자로서의 목표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도 손님과 직원의 마음에 집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손님이 인정하는,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이를 통해 하나저축은행이 모범이 되고 업권을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