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 한국은행(2024.01.11)
이 총재는 "하지만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또한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따라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해서는, 이 총재는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취약업종과 지방소재 중소기업에 차별적으로 크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통해 금리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률은 지난 11월 전망치였던 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고,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에 전망했던 2.6% 수준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 모두발언 전문.
기자간담회 모두발언(2024.1.11일)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먼저 국내외 경제 여건을 설명드린 후에 기준금리 결정 배경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대외여건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는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둔화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12월 연준 회의 이후 완화된 금융여건과 양호한 고용 상황을 감안할 때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로지역은 대외수요 약화의 영향으로 성장 부진이 이어지겠으며,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으로 성장률이 4%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목표수준으로 안정되기까지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과 유로지역의 2023년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 수준으로, 9~10%에 이르렀던 2022년 고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내었으며 글로벌 주가는 상승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내여건을 살펴보면, 국내 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소비는 높아진 물가와 금리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약화되었지만 수출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였습니다. 앞으로 국내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 성장률도 지난 11월 전망치였던 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난 11월 전망과 비교해볼 때 대면서비스소비 약화로 소비 전망치가 소폭 하향조정되었지만 수출이 반도체경기 개선으로 소폭 상향조정됨으로써 소비의 하향조정을 상쇄한 결과입니다. 향후 성장경로는 고금리 지속의 파급영향, IT경기의 개선 정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압력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지속하였습니다. 10월중 3.8%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에는 3.2%로 낮아졌고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8%와 3.2%로 둔화되었습니다. 앞으로 국내 물가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3%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11월에 전망했던 2.6% 수준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근원물가도 당초 전망에 부합하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며, 금년중 상승률은 2.3%로 예상됩니다. 다만 향후 물가경로에는 국제유가 및 농산물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미 연준 회의 이후 장기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하였다가 1월 들어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되면서 12월의 가격 변동이 일부 되돌려졌습니다.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기타대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소폭 증가에 그쳤습니다. 주택매매가격은 매수심리가 약화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모두 하락 전환하였으며,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는 증대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대내외 정책 여건을 고려한 기준금리 결정배경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습니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서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의 해외 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또한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하여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규모를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상황에서 고금리의 부정적 영향이 취약업종과 지방소재 중소기업에 차별적으로 크게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통해 금리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