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장애물을 만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이번에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당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모회사 카카오를 벼르던 검찰 칼날이 자신이 이끄는 카카오엔터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드라마 제작사를 고가 인수했다는 혐의를 갖고 있다. 김 대표가 회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그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김 대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사다. 1962년생,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출신으로 1994년 CJ E&M 투니버스에 입사하면서 엔터업계에 발을 들였다. 투니버스 방송사업국장과 온미디어 방송본부장, OCN과 온미디어 대표를 거치며 방송에 대한 이해도를 쌓았다.
CJ E&M 대표로 적을 옮긴 그는 ‘슈퍼스타K’, ‘롤러코스터’ 등 200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등을 선보이며 CJ E&M의 비약적 성장을 일궈냈다. 김 대표가 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도 김 대표 작품이다. 지난 2016년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최초로 스튜디오 모델을 도입해 성공한 케이스다.
지난 2018년 CJ E&M과 CJ오쇼핑 합병으로 등장한 CJ ENM 출범 직전까지 대표를 지냈다. 이후 CJ E&M을 떠나 당시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카카오에 합류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 사령탑을 맡았다. 김범수닫기김범수기사 모아보기 카카오 창업자가 김 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꾸준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M에 합류한 그는 취임 첫해부터 영화, 드라마 제작사, 연예 기획사 등에 공격적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청사진은 ‘콘텐츠 왕국’이었다. 내부에 안정적 콘텐츠 벨류체인을 구축하고 공고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만들어 본사, 자회사 간 유기적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모델이다. 그는 IP(지식재산권) 제작부터 작가, 감독, 배우 수급, 드라마·영화 제작, 유통까지 전부를 해결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카카오엔터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적극 활용해 선보인 영상물들이 전부 흥행 가도를 달렸다. 특히 흥행작 다수가 카카오엔터와 자회사 간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가 강조한 멀티 레이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OTT와 TV, 스크린에서 작품 총 30여 편을 선보였다.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 ‘최악의 악’, ‘무인도의 디바’, ‘경성크리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이다.
카카오엔터와 자회사 바람픽처스가 함께 제작한 ‘무인도의 디바’는 최종회 기준 수도권과 전국 모든 케이블, 종편 채널에서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도적: 칼의 소리’와 ‘최악의 악’ 역시 국내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톱10에 올랐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난해 대종상 영화제 6관왕, 청룡영화상 3관왕에 오르고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카카오엔터 손자회사인 BH엔터테인먼트가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산하 매니지먼트 배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이 참여했다.
지난달 파트1이 공개된 ‘경성크리처’ 역시 카카오엔터가 자회사인 글앤그림미디어와 함께 제작한 작품이다. 크리에이터그룹 글라인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이 각각 집필과 연출을 맡았다. 경성크리처는 공개 직후 국내를 비롯한 44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오르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렇다면 조만간 ‘콘텐츠 왕국’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희망가를 불어야 할 판인 거 같은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카카오엔터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 모회사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시세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설상가상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혐의로 김 대표와 이준호 카카오 투자전략본부장을 입건했다. 이 본부장은 김 대표와 함께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주역으로, 김 대표 최측근으로 꼽힌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엔터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승욱 지회장은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엔터 대표들에 대한 조사와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회사가 명확한 입장이나 조사 내용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카카오엔터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거인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