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 1967년생/ 충북 충주고 졸업/ 서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경영학 석사/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경제협력국, 국제금융국/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보좌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미래전략과장, 경제정책국 물가정책과장, 국고국 국고과장/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이코노미스트/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혁신성장본부 혁신창업팀장, 공공정책국 공공혁신심의관, 예산실 복지안전예산심의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국제금융센터 원장(2022년 9월~현재) // 사진제공= 국제금융센터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1일 한국금융신문과 2024년 갑진년(甲辰年) <CEO 초대석> 신년 인터뷰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피봇, 그리고 미국 대통령선거(대선)를 새해 국제금융 부문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키워드 및 이벤트로 제시했다.
국가별로 양상이 다른데, 미국 연준(Fed) 등 주요국들이 금리인하 시동을 걸고, 일본은행(BOJ)의 경우 그동안 완화했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또 전쟁, 선거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세계경제에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실제 부임 초기 한 달도 되지 않은 2022년 10월, 영국 발(發) 국채시장 텐트럼(tantrum, 발작)이 발생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단기자금시장이 살얼음판을 걸었고, 환율, 주가 등이 큰 변동성을 겪었다.
고강도 통화긴축 영향으로 2023년 3월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 미국의 중소은행 불안감이 커졌다. 중반에는 기대보다 저조한 중국의 경기회복도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뇌관으로 인식됐다. 10월에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중동사태가 발생하면서 리스크가 더해졌다.
국제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다양해지고 위험 확산 속도도 가속화되면서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이 원장은 말했다.
이 원장은 "국금센터 자체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위기 발생 요인을 연구하고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불안요인들이 경제적인 요인 외에도 지정학 요인 등 너무 복잡해짐에 따라 사전 예방적 위기관리 기능을 보다 철저히 수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시했다.
올해를 관통하는 국제금융 이슈로 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피봇을 선순위로 꼽았다.
이 원장은 “미국 연준(Fed)은 올 중반에 금리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BOE(영란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일제히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칠레, 브라질, 페루 등 일부 신흥국들은 이미 금리인하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대비된다. 이 원장은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거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유연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올해 예상되는 피봇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경기 연착륙을 바탕으로 하는 완화로의 전환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전환하면, 국제금융시장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며 주가는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연준의 금리인하는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면서 연착륙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의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미일(美日) 금리 차가 축소되면서 엔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해외에 투자된 일본 자금의 본국 환류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원장은 “피봇의 시기 및 파급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시장참여자들은 피봇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고용, 물가 등 경제여건이 어떻게 변화할 지 면밀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제유가 등 돌발 변수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경우 즉,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로 피봇이 지연되거나, 반대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다면 즉, 하드랜딩 시나리오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경기반등 및 금융시장 안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금리로 누적된 부채는 전 세계에 '약한 고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고강도의 통화긴축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무 부담이 높은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사이클 후반부에서 많은 경우 금융시스템 내 취약성이 드러나 불안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최근까지 오피스 부문을 중심으로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고금리 여파로 저신용 기업의 조달금리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예컨대 미국 하이일드채권, 레버리지론 조달금리가 8~10% 수준까지 올랐다. 사모대출(PD, Private Debt)과 같이 차주의 신용도가 B-등급 이하로 매우 낮고 정보 투명성도 부족한 시장이 급성장한 점 등은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전반적으로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거 대비 양호하고, 경기둔화 폭도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디폴트 사이클이 과거 경기침체기 때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계하고 있고, 또 경기둔화로 기업의 신용위험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2023년 7월 정치국 회의 이후 부동산 정책은 기존 지방정부의 산발적 조치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전국적 부양으로 선회했다. 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모기지 대출 비중은 40%로 선진국(75%)을 밑돌았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 등 주택 수요 감소 속에 향후 부동산시장이 큰 폭으로 침체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대 등 부채 발(發) 금융 불안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중국의 인구구조 변화 및 낮은 임대 수익률 등으로 부동산시장은 이미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며 "과거 일본과 유사한 측면도 있어 향후 장기침체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가 투자·소비뿐 아니라 재정에도 충격을 가해 4%대 중속성장 위협을 가하고, 특히 정부-은행-LGFV(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의 연결 구조가 경제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국경제는 중국과의 연관성이 높아 중국 부동산 발 파급력이 상당함에 따라 차이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공급망 및 수출시장 다변화, 경쟁력 제고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p(포인트) 둔화될 때, 한국 성장률은 0.3%p가량 떨어진다.
미중(美中) 갈등이 유발할 수 있는 성장 둔화, 통상분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시장 진출 경로 확대 등 신규기회 확보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 원장은 "글로벌 자국우선주의적 접근방식을 감안해서 한국의 경제안보 측면 정책 방향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반도체, 국제사회 위상 등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서 정책적 자율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이 대거 사들여 왔던 미국채 매수세가 줄어드는 반면, 미국채 발행 공급량은 크게 늘어 점점 괴리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채 보유잔액은 2018년 초 1조1700억 달러로 줄어들기 시작해 2023년 9월말 7780억 달러까지 후퇴했다. 이 기간 33%가량 줄었다.
일본 투자자는 미국채 보유 규모를 2018년 초 1조600억 달러에서 2021년 11월 1조3200억 달러까지 확대했지만, 현재 1조900억 달러로 과거 10년 평균 수준 보유 잔액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미국채 발행 잔액은 14조5000억 달러에서 25조8000억 달러로 1.8배나 껑충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이 기간에 43%에서 30%까지 뚝 떨어졌다.
이 원장은 “전통적인 미국채 투자국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줄어든 이유는 자국 금리상승, 경상수지 흑자 감소, 환헷지(hedge) 비용 증가 등으로 다양하다”며 “연준의 피봇 전망이 부상하면서 헷지 비용은 떨어질 것이다”고 판단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중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Fitch)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고, 무디스(Moody's)는 등급 전망을 하향했다. 이 원장은 “안전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신용도와 함께 현금화가 용이해야 하는데, 규모 등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미국채를 대신할 시장이 부재하다”며 “AAA 신용등급 국가 중 국채시장이 가장 큰 독일이 2조6000억 달러로, 미국의 10분의 1 규모이고, 일본의 국채시장은 8조5000억 달러로, 크기는 두 번째이지만 신용등급은 A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도 힘을 실었다. 그동안 초저금리 엔화를 활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 활성화와 '슈퍼 엔저' 현상이 부각된 바 있다.
이 원장은 “엔화가 안전자산 기제를 재차 회복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이 이미 경기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그간 상대적 호조를 보였던 미국의 경기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그는 “연준 등 주요국들의 금리인하 시작 및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예상되며, 이는 일본의 내외 금리차 축소 및 엔화 강세압력 확대 요인”이라고 제시했다.
2024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뿐만 아니라, 대만·남중국해 문제, 서방에 대한 테러 공격 증대 가능성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미국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주요국의 정책 방향이 전환될 가능성이 많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의 경우, 그 결과가 지정학 및 세계경제 지형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며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지원, 관세 등 무역정책, 기후변화 대응, 동맹 간 결속력 등과 관련한 정책 변화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세계가 기업·금융 시스템, 공급망, 교역, 기술, 원자재 등을 통해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서 지정학 불안의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영향이 과거에 비해 한층 강화되고 있고 특히 국제무역 위축이 우려된다”며 “지정학 불안의 전이 경로를 파악해서 관련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 원장은 "최근 해외 투자자들 중 한국을 대규모 자금유출 및 외환위기 가능성과 연결 짓는 시각은 없으며, 비교적 낮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시각은 양호한 편"이라고 달라진 위상을 강조했다.
국금센터는 대외부문 조기경보 역할을 하고 있다. 모니터링 및 분석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직 구성을 2본부 2실에서 현재 4실 13체계로 개편하고 정부 및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선제적 위기 대응 강화를 위해 ▲EWS(조기 경보시스템) ▲LWS(선도적 경보시스템) ▲RWS(실시간 경보시스템) 등 3중 경보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도 마치고 위기관리시스템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금센터는 국제금융시장 감시기관으로서 대외 충격으로 인한 한국경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국제금융시장의 자본이동 규모나 속도 증가,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경제 위상과 대외관계의 변화, 한국경제의 대외건전성 및 자본시장 개방도, 내국인들의 대외투자 확대 등 국제금융시장의 환경변화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화, 기후변화, 인구감소 등 중장기적인 경제구조적 변화, 미중갈등과 새로운 국제통상질서의 변화 가능성 같은 지정학적 충격 확대 등 새로운 환경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앞으로 센터의 역할과 기능도 새롭게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최근 SVB사태, CS(크레디트스위스)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본 것처럼, 위험 전파속도가 초(超)가속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대외위기관리 기능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금융허브’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원장은 “국제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내부 직원간뿐만 아니라 시장과 소통과 협업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