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일 LX인터내셔널 CFO 전무.
LX인터가 HMM 인수까지 추진할 수 이유는 민병일 CFO(최고 재무책임자, 전무)가 있어서다. LX그룹 분리 2년 전인 지난 2019년 LG그룹에서 LG상사(LX인터 전신)으로 옮긴 그는 지난 5년 새 LX인터의 현금 자산을 3배 이상 늘리는 등 구본준 회장의 첫 번째 ‘픽’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2019년~2020년 LG상사 CFO가 된 그의 과제는 선제적 재무 관리를 통해 계열 분리가 되더라도 LG상사에 타격이 없도록 하는 것. 실제로 당시 LG상사는 부채비율이 220%를 넘는 등 재무 관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민 CFO는 이런 구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2019~2020년 본격적인 유휴자산 처분을 실시했다. 2019년 5월 여의도 LG트윈타워 지분 15.2%(1336억 원), 2020년 4월 북경 트윈타워 지분 25%(매각금 3687억 원)를 GIC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위 : 억 원. 자료=LX인터내셔널.
이미지 확대보기올해 상반기도 1조2132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양호한 현금 보유량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여의도·북경 트윈타워 지분 매각을 실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 민 CFO의 결단이 적중한 결과다.
현금 자산 축적과 함께 부채비율 개선이라는 성과도 냈다. 그가 오기 전인 2018년 225%였던 LG상사 부채비율은 ▲2019년 215% ▲2020년 207% ▲2021년(LX인터 명칭 변경) 183% ▲2022년 154%로 꾸준히 개선됐다. 5년 새 부채비율이 7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부채비율이 소폭 올랐지만 165%로 민 CFO의 재무 관리가 주효하고 있다.
그의 선제적 재무관리로 LX인터는 지난해 2건의 M&A(포승그린파워, 한국유리공업)를 실시했음에도 부채비율(올해 상반기 165%)이 급증하지 않았다.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호황과 함께 그의 선제적인 재무 관리가 주효했다고 풀이된다.
한편, 구본준 회장은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민 CFO를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시켰다. 해당 인사가 발표된 날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5개 계열사를 인적 분할, LX그룹을 설립하겠다는 발표도 이뤄졌다. 당시 LG상사는 “민 CFO가 재무건전성 강화·경영관리체계 고도화를 주도했다”며 승진 이유를 설명, 구본준 회장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선제적 재무관리를 훌륭히 수행한 민 CFO를 치하했다고 평가된다.
단위 : %. 자료=LX인터내셔널.
이미지 확대보기업계에서는 일단 LX인터가 근소하게 외부 자금 조달에서 앞서는 상황이라고 본다. 1조 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비롯해 LX홀딩스(회장 구본준)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LX홀딩스 측은 “LX인터 주체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면 구본준 회장이 해당 M&A를 직접 챙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LX홀딩스가 LX인터를 지원한다면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 2%라는 우량한 자금조달 여력을 앞세워 인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민 CFO는 해당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유동성 저하 부담 최소화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유동성을 확보해 차입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HMM 인수전에서 그의 역할이다.
일단 그는 외부 자금 차입 이전에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LX인터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8000만 주에서 1억6000만 주로 늘렸다. 해당 조치에 대해 LX인터가 “신사업 투자를 위한 행보”라고 설명한 만큼, HMM 인수전에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8월 21일 매각 입찰 공고를 마감하면서 LX인터를 포함해 3곳의 숏리스트를 선정했다. 이들은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매각 주식 수는 양 기관이 보유한 3억9879만 주이며, 11일 종가 1만5030원 기준 최소 약 6조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한다면 현재 HMM 매각가는 6조 원 후반에서 7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