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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책임 공방…‘50년 만기 주담대’ 도마(종합) [2023 국감]

한아란 기자

aran@

기사입력 : 2023-10-11 22:03

가계부채 정책 모순 지적에 김주현 "공감 안 해" 반박
"은행 50년 주담대, 비상식적…특례보금자리론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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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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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며 “정책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공감하지 않는다”며 정면 반박했다.

“가계부채 선제적 대응 필요”…‘상환능력 내 대출’ 원칙 견지
김 위원장은 이날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올해 주요 정책 중 첫 번째로 ‘금융시장 안정’을 꼽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1월 8조1000억원, 2월과 3월 각각 5조1000억원 규모로 줄었으나 4월 2000억원, 4월 2조8000억원, 6월 3조5000억원, 7월 5조3000억원, 8월 6조2000억원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금리인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안착 등으로 인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부동산 거래 회복 등에 따라 다시금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받고, 처음부터 나눠갚는’ 원칙을 견지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대출 등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우회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환능력심사를 내실화한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공급 속도도 조절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통합한 상품으로, 집값이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소득과 관계없이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월과 9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인상하고 지난달 말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했다.
野 “가계부채 정책 모순” 김주현 취약계층 보호 이뤄져야”
이날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주요 과제로 하고 있으나 지난 3월을 저점으로 가계대출 총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한 상황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두고 “대출을 늘리고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이라며 “가계부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면서 정작 정책은 정반대 방향으로 대출 장려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모순되는 정책 때문에 실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만약 가계대출을 정책 우선순위로 뒀다면 정책 실패고, 아니라고 하면 국민 기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능력이든 무책임이든 대통령,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50년 만기 대출을 규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막차를 타려는 차주들이 몰리며 8월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조원 이상 폭증했다. 출시 2개월 만에 규제하라고 해서 은행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냐”며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정책 모순이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부채가 많으니 줄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 원칙으로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국제기구에서도 지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가계부채 안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자금이나 무주택 서민들이 주택을 마련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연착륙도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굉장히 어려워지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미세조정을 하면서 가는 것이지 모순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는 기업이 활동을 잘해서 소득을 늘게 하고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하나의 축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더 늘지 않게 하는 것을 또 하나의 축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가 증가의 원인”이라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대출규제 완화보다는 대출규제 정상화”라며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는 엄청나게 부동산 규제를 했는데도 그때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우지간 저의 책임이 있다면 회피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하면 거기에 따라 대출은 당연히 늘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 비판…“상식에 맞지 않아”
김 위원장은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50년 특례보금자리론을 한 건 나이 34세 이하, 무주택자 대상과 고정금리라는 조건이 있다”며 “은행들이 최근에 늘린 50년 만기 주담대는 변동금리에다가 다주택자도 포함되고 나이가 60세 이상인 사람에게도 주는데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국민으로서, 금융인으로서 기본적 상식을 갖고 있으면 그런 상품을 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순전히 대출을 늘려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노력으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에 금융위의 암묵적인 승인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냐”는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보험상품은 워낙 복잡해서 승인해야 하지만 은행 상품은 원칙적으로 그런 절차가 없다”며 “공식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협의한 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자 자격 요건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현재 무주택자이면서 ‘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인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대상자 자격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앞서 “만 34세 이하만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김 위원장의 설명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보금자리론 연령별 이용현황’에 따르면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40~50대 이용률은 2.8%에 그친 반면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경우 40~50대 이용률이 10.7%(798건), 60대 이상도 5건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60세 이상도 신혼부부일 수 있어 그들이 신청한 것”이라며 “정책 상품이 잘못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데 대해 "제 불찰이며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자 중) 60대 이상 신혼부부가 0.1% 있는 것은 맞다. 늦게 결혼하신 분이 당연히 있으니 일부 (대출자들이)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기본적으로 50년 만기를 하니 연령 제한을 뒀는데 신혼부부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이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언론과 은행이 정부 핑계를 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재차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신혼부부 (연령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민간은행에서 유주택자도 주택을 살 수 있게 해주고,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나이 상관없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논리로 사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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