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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햄버거 들여온 김동선, 이번엔 로봇이다

박슬기 기자

seulgi@

기사입력 : 2023-10-10 00:00

한화그룹 3남 김 전무, 한화로보틱스 주도
유통 시너지 기대…승계작업 일환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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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전무가 지난 9월 경기도 판교 한화 미래기술 연구소에 방문해 협동로봇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한화로보틱스

▲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전무가 지난 9월 경기도 판교 한화 미래기술 연구소에 방문해 협동로봇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한화로보틱스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한화그룹에서 유통 분야(호텔·리조트·백화점)를 총괄하고 있는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회장 3남 김동선닫기김동선기사 모아보기(34)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전무가 미래 유망 산업으로 주목받는 로봇 사업에도 손을 댄다.

지난 4일 공식 출범한 한화로보틱스 2대 주주(지분 32%)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이름을 올리면서다. 이는 유통과 로봇 결합을 통한 시너지 강화 차원으로도 해석되지만 한화가 ‘삼형제 승계작업’에 힘을 싣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도 읽힌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 모멘텀 부문 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탄생했다.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함께 투자하는 조인트벤처(JV)형태다. 지분구조는 한화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32%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로보틱스에 210억원을 투자했다.

한화가 미래 먹거리인 로봇사업부를 분사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업계에선 김 전무 승계 작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뒤늦게 경영일선에 뛰어든 김 전무인 만큼 성장성 높은 로봇사업을 그의 영향권 아래에 놓고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 로봇 분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한화가 공을 들이는 협동로봇은 최근 들어 시장규모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규모는 2020년 약 1조원에서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2025년에는 6조4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이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5년 6조8800억원 이상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무가 몸을 담고 있는 유통 분야에서도 협동로봇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현장 작업을 돕는 특성을 가진 협동로봇은 식·음료, 배달, 서비스 등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실제로 많이 쓰이고 있다. 교촌치킨, 바른치킨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이 치킨 조리로봇을 사용하고 있으며 배달의민족에서는 배달로봇, 각종 식당에서는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는 김 전무가 총괄하는 그룹 유통·레저 분야에서 협동로봇을 활용한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로보틱스는 “숙박·레저·식음료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음식 조리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 사업장 곳곳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동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 역시 푸드테크(Food Tech) 등 유통 현장 곳곳에 첨단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로봇 기술이 실제 적용되면 고객 편의 향상은 물론 현장 안전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사업적 기대효과와 별개로 로봇 사업을 김 전무가 맡으면서 한화그룹 내 삼형제 승계 분담은 명확해졌다. 장남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태양광·방산, 차남 김동원닫기김동원기사 모아보기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삼남 김 전무는 유통과 호텔·리조트, 로봇을 맡는다.

다만 장남과 차남이 몸을 담고 있는 분야 시장규모와 달리 막내인 김 전무가 담당하는 유통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김 전무에게 로봇 사업은 더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성과가 김 전무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13조6539억원, 영업이익 966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매출 6조5396억원, 영업이익 375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차남 김동원 사장도 업계 2위 한화생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두지휘하며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법인이 설립 후 15년 만에 누적 손익 흑자 전환을 달성하면서 글로벌 부문 성과도 높게 평가받았다.

삼남인 김 전무 강점은 ‘현장’이다. 앞서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 유치, 이베리코 등 각 신사업을 위해 직접 현장에 나서며 적극적 행보를 펼쳐왔다. 경영 시험대에 갓 오른 만큼 성과를 판단하기에 이른 시점이지만 분명 한화 장남, 차남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번에도 김 전무는 ‘현장파’답게 직접 협동로봇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김 전무는 한화로보틱스에서 전략 기획부문을 총괄, 전략담당 임원(전무)를 맡았다. 그는 지난 9월 경기도 판교 한화미래기술연구소에 방문해 협동로봇 성능을 점검하며 본격 첫발을 내딛었다. 김 전무는 “로봇은 앞으로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사명감을 갖고 푸드테크, 보안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 삶을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게 로봇 산업 핵심”이라면서 “한화로보틱스를 통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향후 한화로보틱스는 3D 산업처럼 위험성이 크고 인력난이 심한 분야의 로봇 대체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한화 협동로봇 판매 60% 이상이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이뤄졌다”며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더욱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화로보틱스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30곳 이상 거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기업들의 로봇사업 진출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두산이 일찌감치 사업을 시작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4월 미국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난 2021년 4족보행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봇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로봇시장이 아직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다. 언제든지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김 전무가 역량을 발휘, 성과만 낸다면 그룹 내 지배력, 존재감 확대는 물론 경영성과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로보틱스의 우선 목표는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김 전무가 몸을 담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기존 산업용 협동로봇 뿐 아니라 고객을 직접 응대할 수 있는 서비스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건물관리 로봇 등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제품 출시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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