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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기차·헬스케어…미래 꿈꾸는 성장주 패권 경쟁 [성장주 vs 가치주 (상)]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3-10-10 00:00

미래 고성장 기대 반영 주도주 부상
‘더 높게, 더 오래’ 고금리 기조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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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기차·헬스케어…미래 꿈꾸는 성장주 패권 경쟁 [성장주 vs 가치주 (상)]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성장주냐, 가치주냐. 주식 선택 기로에 놓인 투자자들의 대표 질문 중 하나다. 성장주가 모험적이라면, 가치주는 안정적이다. 하지만 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동행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장주, 가치주 각각의 장점을 살펴보고,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유효한 투자 전략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전기차, 2차전지(배터리),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IT, 바이오, 헬스케어 등 성장주들은 이른바 ‘드림(dream)주’로 꼽힌다.

성장주는 혁신 트렌드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종목들로, 저금리와 금리고점론을 타고 올해 증시를 이끈 주도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예상을 웃도는 미국 발(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은 성장주 가격 하방 압력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AI 수혜주 엔비디아 등 ‘매그니피센트 7’ 전진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가 강세를 보인 7개 빅테크주를 일컫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Seven)’ 종목의 2023년 9월 중순 현재 평균 주가 상승률은 80%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그니피센트 7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A ▲아마존닷컴 ▲테슬라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가 해당된다.

올해 뉴욕증시 강세장을 이끈 이들 빅7 종목들이 나스닥1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대에 이를 만큼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그니피센트 7는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 성장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성장주의 경우 실적이 좋거나 향후 성장 기대가 높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가 고평가 돼있는 게 특징적이다.

성장주 전성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동력으로는 AI의 부상이 꼽히고 있다.

AI 분야는 하드웨어, 인프라, 모델,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밸류체인에 걸쳐서 수혜 영역이 있고 투자 기회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챗 GPT(Chat GPT) 열풍으로 생성형 AI와 관련된 하드웨어인 반도체,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 등이 유망하다고 지목되고 있다.

AI는 대형 테크 기업 중심으로 앞서 인터넷, 아이폰 등장에 비견하는 대표적인 혁신 키워드 지위에 올라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별 종목 별로 보면, AI에 필수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시장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가 매그니피센트 7 대표주자로 주가가 고공행진 해왔다. 최근 일부 조정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2023년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200% 이상 급등했다. 2024년 이익추정치를 반영한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수준이 되고 있다.

김중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I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원재료를 제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스타트업과 기존 전통의 레거시(legacy) 플랫폼이 난립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어플리케이션과 비교할 때, 인프라는 골드러시 시대 청바지 장사와 같은 것”이라고 제시했다.

로봇도 대형 AI 테마로 꼽히고 있다. 로봇 산업은 인구 고령화, 출산율 급감으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무인(無人)화, 자동화 기술 수요에 힘입어 중장기적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도 AI와 연계되며 대표 성장 섹터에 포함되고 있다. 인구고령화로 노화 질환 등에 대한 의료 수요가 커지고, 비만 치료, 미용 의료기기 등 분야까지 확장되면서 고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고금리 ‘뉴 노멀’ 등판, 성장주에 악재
기본적으로 성장주 투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시각보다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신중하고 끈질기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되고 있다.

특히 실적 우려는 성장주 주가에 하방 압력 요소가 될 수 있다.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무늬만’ 메가트렌드 성장주라면, 거품 테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해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선별된 성장주 위주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AI 기술주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되면 그동안 미래에 대한 기대로 힘껏 올린 주가를 지지하는 힘이 약화될 수 있다.

증시 전체로는 단기 급등한 성장주 대신, 그동안 소외된 종목으로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 전환도 가능하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많이 오른 2차전지, AI 관련주에서 연말로 갈수록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증권가에서 성장주는 폭발적인 상승과 더불어 상당한 하락을 역사적으로 반복하면서 장기 성과 측면에서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다.

‘미래 위대한 기업’이라도 ‘꿈’을 반영해 너무 오른 상황에서 비싸게 살 경우, 궁극적으로 기대수익률 확보가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 장밋빛 전망이 가득 담긴 투자는 그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1996~2001년 ‘닷컴버블(Dot-com bubble)/IT 버블’ 사례를 되짚어 볼 만하다. 인터넷과 관련된, 혹은 관련됐다고 표방한 벤처기업 등이 증시에서 앞 다퉈 급등했다가 거품이 대폭 꺼지면서 큰 상처를 남긴 바 있다.

기술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고평가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2023년 7월 “지금은 4차 슈퍼버블”이라고 표현했다.

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후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에 새로운 조류로 AI까지 부상하면서 증시가 예상 상회로 뛰어올랐다며, 단기 급등한 성장주 대신 가치주 매수에 힘을 싣고 있다고 제시했다.
AI·전기차·헬스케어…미래 꿈꾸는 성장주 패권 경쟁 [성장주 vs 가치주 (상)]
무엇보다도 금리가 성장주 주가 향방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성장주는 통상 금리 민감도가 높은데,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을 높이는 고금리는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소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Fed)이 최근 2023년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음에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되며 투자시장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유는 점도표(dot plot) 때문이다. 2023년 연말 금리 전망치는 중간값 기준 5.6%로 유지됐으나, 내년(2024년) 말 금리 전망치가 5.1%로 6월 전망치(4.6%)보다 상향돼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 탓이다. 이른바 ‘더 오랫동안, 더 높게(higher for longer)’가 예상보다 더 유지될 수 있다는 신호인 셈이다.

그 결과 그동안 금리정점론에 힘을 싣고 향후 금리인하 방향 전환에 주목했던 채권시장은 금리 되돌림 현상을 보였다.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폭이 크다. 최근 2023년 10월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8%를 돌파하며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도 동반 급등하고 있어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국채 금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 등은 연준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키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2023년 10월 “단단히 박힌 인플레이션 때문에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최소한 5%, 그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제시했다.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렸던 유명 투자자 빌 그로스도 역시 최근 10월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5%까지 갈 것 같다”며 “국채 공급 전망과 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으로 현재 시장은 과매도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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