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현장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이미지 확대보기LH 등에 따르면 LH가 인천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인 한 공공분양 아파트 건물에서 외벽 철근이 대량으로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철근이 누락된 지점은 이 단지의 전체 13개 동 가운데 4개 동의 지하 벽체 부분 6곳이다.
벽식구조인 아파트에선 외벽이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같은 대규모 철근누락은 붕괴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이 단지의 지하주차장은 무량판 구조여서 LH가 지난 5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긴급 안전 점검 당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조사에선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LH는 설명했다.
조사 대상이 아닌 주거동의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 6월 말로, 감리원이 시공 중 확인해 LH의 현장감독에게 알리면서 LH 내부까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철근 누락을 확인한 뒤 자체 보고 등의 절차를 걸쳐 지난 11일부터 뒤늦게 보강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강공사는 약 2개월이 소요돼 11월 중순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LH는 보강공사 후 별도의 안전점검을 실시해 구조적인 안정성이 확보됐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무량판구조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내진설계에 유리해 상대적으로 튼튼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벽식구조에서마저 철근누락이 발생하자 결국 근본적 문제는 ‘구조’가 아닌 ‘사람’이었다는 것이 재증명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공개한 '공공기관 불공정 계약실태' 보고서에서 LH의 전관 특혜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5년 3개월간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3227건(21.6%)을 퇴직자가 재취업한 전관 업체와 맺었다. 계약 규모는 총 9조9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34.1%)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이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LH와 LH 퇴직 직원 사이의 사전 접촉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LH와 LH 퇴직자 재취업 업체가 체결한 계약 총 332건에서 LH 심사·평가위원과 퇴직자의 통화 현황을 분석해 보니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에 설립된 업체가 수백억 짜리 감리를 맡는 ‘이권 나눠먹기 구조’ 아래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LH에 기생하는 '전관 카르텔'의 나눠먹기 배분구조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LH 퇴직자가 설립, 주식을 보유한 한 업체는 4년간 166억원 규모의 감리용역을 수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LH는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기 위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중단된 용역들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전관 기준을 공직자윤리법 취업제한 수준인 2급 이상,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인 자로 규정하고, 임원으로 재취업한 경우에는 직급에 관계없이 강화 적용한다. 전관업체의 수주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관업체에 대해 용역별 최대 감점을 부여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