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을 맞은 NH-아문디(Amundi)자산운용을 2023년부터 이끌고 있는 임동순 대표./사진제공=NH-아문디자산운용
범농협 계열사로서 계열사 간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를 확대하고 운용 자산 규모가 유럽 1위·전 세계 10위인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와의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종합운용사 격전지가 된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 한다. 현재 운용 자산은 55조원으로 설립 이래 사상 최대다.
임동순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돼 2023년 새해부터 NH-아문디자산운용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취임 당시 “아문디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내재화해 회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가장 큰 고객인 범농협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단 포부였다. 실제로 퇴직연금 은퇴자산 관리의 경우, NH농협은행(행장 이석용닫기이석용기사 모아보기)‧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임 대표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끄는 데 적임자였다. 1990년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닫기이성희기사 모아보기)에 입사해 ▲인천 신용사업부 팀장 ▲교육연수부 전문교육팀 팀장 ▲인적자원개발부(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기획팀 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농협은행으로 와 ▲청와대지점장 ▲인사부 부장 ▲인천지역본부 본부장 등을 맡다가 부행장까지 올랐다. 심지어 학사 전공도 서울대학교 농학과다. 농협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오랜 경험이 있기에 계열사 간 역량을 끌어모으는 데 강점이 있었다.
임동순 대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이 2003년 농협중앙회와 CA자산운용(현 아문디) 합작회사로 출범한 회사인 만큼 앞으로도 아문디와의 인적·문화적 교류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ESG(친환경‧사회적 책무‧지배구조 개선)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아문디와 2개월에 한 번씩 회의하며 국내 시장과 유럽 시장 동향을 공유 중이다. 최근엔 아문디의 대표 펀드들에 분산 투자하는 재간접 주식형 펀드 ‘NH-아문디 베스트 셀렉션 증권자 투자신탁(H)(UH)[주식-재간접형]’를 선보이며 ‘맞손 효과’를 드러냈다.
김민호 NH-아문디자산운용 마케팅부문장은 당시 “NH-아문디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세계적 운용사 ‘아문디’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유럽 선진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임동순 대표의 취임 뒤 첫 반기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회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공시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은 153억원으로, 1년 전 166억원보다 8.4% 줄었다.
해당 기간 영업수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3%, 6%씩 낮아진 454억원, 206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까지는 매해 전년도 실적을 경신한 순이익을 나타냈었다.
ETF 시장점유율을 뺏긴 게 컸다. 상반기 한화자산운용(대표 권희백)과 신한자산운용(대표 김희송‧조재민)이 약진하는 바람에 5위 경쟁 중이던 NH-아문디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8위까지 내려앉았다.
올해 초 임동순 대표 취임 뒤 신설된 ETF 투자본부가 벌써 성과를 내기엔 짧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 2002년 국내에 ETF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판매해온 김현빈 본부장이 수장으로서 상품 다양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경쟁사인 한화자산운용이나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이 각각 2002년, 2010년 국내 ETF 시장에 첫 상품을 낸 것에 비해 2018년 ETF 시장에 진입한 NH-아문디자산운용으로선 ETF 투자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ETF 투자본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채권형 ETF 라인업을 채우고 있다. 지난 3월 ‘HANARO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를 출시했다.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이다. KOFR은 익일물(1영업일)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 채권(RP‧Repurchase Agreements) 금리를 사용해 산출한 ‘실물 거래 기반’ 금리 지표다.
출시 이후 한 달간 순자산총액이 20% 늘어나는 등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는 거래량이 미미하다. 다만 언제든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증시가 불안 상태를 보이자 위험이 매우 낮다고 평가되는 KOFR ETF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KOFR ETF는 매일 이자가 발생하는 데다 언제든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 5월엔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 ETF(합성H)’를 내놨다. 유로존 국가에서 발생한 신용도 높은 잔존 만기 25년 이상 장기물 유로화 국채로 구성된 ‘Bloomberg Euro Treasury 50bn 25+ Year Bond Index’를 기초지수로 한다. 유로화를 사용하고 유럽중앙은행(ECB‧European Central Bank) 지원을 받기에 위기 상황으로부터 비교적 안정적이다.
테마형 상품도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HANARO 글로벌 생성형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대화형 챗봇 ‘챗GPT’ 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와 관련된 세계적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 투자본부장은 “ETF 투자본부는 올해 초 본부 편성 뒤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고자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HANARO ETF는 하반기에 글로벌 생성형 AI ETF를 시작으로 채권형, 테마형 등 다양한 라인업을 확충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