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왼쪽)와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사진제공=각 사
둘의 맞교체 당시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계열사 간 대표 맞교체 사례가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화그룹 측은 “증권사-운용사 대표가 서로 상대 위치로 가면서 금융 계열사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가 강화될 것”이라 설명했다.
두 대표는 그룹사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상반기(1~6월)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두 곳 모두 적자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인사이동 뒤 보낸 반기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우주‧항공, 방산, 신재생에너지 등 한화그룹 대표 사업을 ETF로 같이 만들고 동반 기자간담회를 여는 등 실제로 시너지를 냈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3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기록한 –191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2분기로 좁혀 보더라도 순이익은 –461억원에서 13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1~3월) 손실로 인식됐던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 손상차손이 2분기부터 소폭 환입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분법 적용 투자 주식 손상차손이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자산에 손실이 발생했단 의미다. 이 손실 한도 내 지분가치 반등이 이뤄지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게 된다. 즉, 영업 외 수익이 흑자전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7%(160억원) 줄었다. 자회사인 한화투자증권이 작년 실적에 대해 배당하지 않기로 한 영향이다.
권희백 대표는 한두희 대표가 한화자산운용을 이끌 때처럼 ETF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한 대표는 우주‧항공, 신재생에너지 등 한화그룹 대표 사업을 각종 테마형 ETF로 만들며 차별화를 시도했었다. 특히 발 현안에 있어 발 빠른 대응이 눈길을 끌었다. 2021년 ETF 사업본부 신설 뒤 24개 신규 ETF를 선보였는데, 그중 19개가 ‘국내 최초’ 상품이다.
상반기까지 성과는 현재 순탄하다. ETF 순자산이 지난해 말 1조4436억원에서 2배 수준인 2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ETF 시장점유율도 높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과 6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는데 어느새 시장점유율은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까지 꺾은 2.67%로 5위에 올랐다.
권 대표는 하반기에도 ETF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공모 펀드, 외화표시 단기금융 집합투자 기구(MMF‧Money Market Funds)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도 추진한다. 앞서 상반기 ▲한화헤라클레스선진국액티브 ▲글로벌매크로퀀트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 ▲장기국고채플러스업목표전환형 펀드 ▲MZ픽 청년형 소득공제펀드 등 공모 펀드를 다수 출시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선 ‘일학 개미’를 공략하는 ‘Arirang 일본 반도체소부장 Solactive ETF’를 선보였다.
한화투자증권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올 상반기 순이익 369억1000만원, 영업이익 547억5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1조904억원) 대비 소폭 줄었음에도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78.8%, 31.7% 증가한 것이다. 2분기로 놓고 봐도 마찬가지다. 2분기 순이익은 89억4700만원으로, 1년 전 –93억1000만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도 136억원으로, 작년 기록한 -29억5300만원 적자에서 벗어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업황이 둔화한 영향 때문에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부문 실적이 소폭 줄어든 걸 빼면 트레이딩(Trading‧거래),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등 대부분 사업 영역에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트레이딩 부문은 작년 상반기 –123억원으로 적자였는데, 1년 만에 +40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아울러 홀세일(Wholesale·법인 영업) 부문은 지난해 43억원 대비 500%나 불어난 258억원, WM 부문은 54억원 대비 39% 오른 75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보험(대표 전영묵닫기전영묵기사 모아보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보험(대표 여승주닫기여승주기사 모아보기), 한화자산운용 등을 두루 거친 한 대표의 리테일 전문성이 십분 활용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 거래량 증가로 위탁 수익이 증가했고, 금리형 상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에 대응했다”며 “비대면 자산 유치 증가로 개인 고객 자산이 순증했다”고 설명했다.
실적개선 과제를 안고 한화투자증권에 자리를 튼 ‘구원투수’ 한두희 대표는 하반기(7~12월)에도 리테일(Retail‧개인금융) 사업에 힘을 실으며 수익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 증권‧운용사를 인수한 만큼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싱가포르와 베트남에도 진출해있는 상태다.
특히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해 실효 고객을 늘리려 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WM 본부는 한화투자증권이 지분을 9% 보유하고 있는 토스뱅크(대표 홍민택)와 장외 채권 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휴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 말했다.
이어 “트레이딩 본부는 채권과 주가 연계 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자체 헤지(Hedge‧위험회피) 운용 손익 변동성을 최소화하려 한다”며 “IB 본부는 부동산 PF 리스크(Risk‧위험) 관리를 지속하는 한편 IPO 대표 주관 및 인수단 참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