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그런데,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증가에 있다고 보인다. 금년 2분기 주담대의 증가폭은 직전 분기대비 14.1조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한해 동안의 증가폭(28.1조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주담대 중가의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담대의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위험 증가 등 건전성 악화 우려가 주담대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서 대출채권 보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주담대에 대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아졌다.
주담대의 경우 신용대출에 비해 차주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낮아 대출증가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일정부분 제한할 수 있고, 대출부실시 주택 경매를 통한 채권 보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본적정성 규제가 강화된 이래로 안전대출로서의 주담대 비중은 증가해왔다.
특히, 중·저신용차주의 신용대출 공급을 목표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조차도 최근 신용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주담대 공급을 늘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주담대 잔액이 5.5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비대면 영업을 통해 인건비 등 오프라인 영업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기에 기준금리에 더해지는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면서, 주담대 공급을 적극 늘려가는데 유리한 영업여건을 갖추고 있다.
필자의 연구결과를 감안할 경우 은행의 신용위험에 대한 감수성향이 낮을 경우 주담대 공급이 늘어난다. 특히, 금융당국의 자본적정성 규제가 강화되고, 연체 증가 등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에 대한 적극적 수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의 주담대 공급 확대의 배경에는 위험회피성향의 증가가 있다. 이로써, 최근 가계대출 시장에서 주담대에 대한 대출수요 증가와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별로 주담대 공급을 늘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가계대출 시장에서 화두가 되는 것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출시다.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주담대의 만기를 50년까지 늘리는 장기 대출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 장기에 걸친 안정적 이자이익 확보에 도움이 되고,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어 금융기관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차주의 입장에서도 50년 만기 주담대는 대출한도를 상향조정하는 효과가 있다. 즉, 대출상환기간의 연장은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을 토대로 산정되는 차주별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금융당국은 위와 같은 이유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일단, 주담대의 증가가 자칫 주택가격 상승을 유도함으로써, 대출수요 증가세를 가속화시킬 경우 가계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향후 금리가 높아질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 증가의 경우 대출부실화를 초래할 시장불안 요인이 된다. 더욱이, 주담대는 대출액이 크기에 금리상승시 갚아야 되는 이자금액이 커서 차주의 상환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50년 만기 주담대의 공급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주담대 대출금리는 7%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동금리 주담대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기대와는 다르게 시장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의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등 차주의 금리위험 노출이 우려된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미 채권시장의 금리상승 여파로 국내 채권시장 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은행의 조달비용증가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로써,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차주의 상환부담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주담대 만기의 장기화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의 차주의 연간 상환 부담 완화가 장기에 걸친 채무상환계획 수립을 유도함으로써, 대출부실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다만, 50년 만기 주담대의 출시에 따른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기준의 재조정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DSR 수준에 대한 재설정이 요구된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가계대출 공급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이용을 위한 연령 등 차주별 자격기준을 별도로 강화하는 것보다는 시행중인 차주별 DSR의 수준을 낮추는 조치가 합리적이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의 경우 50년 만기 주담대의 자격기준을 연령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이라는 장기 주담대 출시의 취지를 감안할 경우 연령별 자격기준 제한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특정 연령으로 제한할 경우 오히려, 자격가능 연령의 임계치에서 벗어나는 일부 무주택 청년층에 대한 차별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신규 주택 마련을 위한 주요 대상자가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에서 자격 기준을 청년층에 적용하는 취지는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연령 제한보다는 오히려 생애 최초 주택구입 실수요자 등으로 자격기준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 하다.
결론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의 장점은 활용하되, 자칫 급증할 수 있는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즉, 차주별 DSR의 수준 조정 및 생애 최초 주택 수요자 등으로 국한된 자격조건 부여를 통해 가계대출 급증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장기 주담대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