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을 이어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 후보군이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허인 부회장과 김병호 베트남HD은행 회장으로 좁혀졌다. 3명의 후보 모두 1961년생으로 동갑내기다. 두 명의 부회장이 내부 인사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이 펼쳐질 전망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최종 후보군) 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최종적으로 차기 회장에 내부 인사가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회장은 취임 후 경영승계프로그램 등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그룹 부회장직 신설로 후계 구도를 정립해왔다. KB금융은 지난 2021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포스트 윤종규’로 꼽히는 부회장 3인 체제를 완성한 바 있다. 기존 양종희 부회장에 이어 당시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 국민은행장과 이동철닫기이동철기사 모아보기 KB국민카드 대표가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이들 부회장은 같은 1961년생으로 각각 국민은행 전신인 장기신용금고(허인), 주택은행(양종희), 국민은행(이동철) 출신이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이들 부회장에 평소 이력과 다소 동떨어진 부문을 담당하도록 업무를 변경하는 등 본격적인 후계자 검증에 나서왔다. 1차 숏리스트에는 부회장 3명이 모두 이름을 올렸지만 2차에서는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이 남았다. 이변 없이 두 회장의 ‘2강 구도’로 경합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 부회장은 오랜 기간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인물이다. 양 부회장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종합기획부와 재무기획부를 거쳐 재무보고통제부장, 서초역지점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주로 자리를 옮겨 이사회 사무국장, 경영관리부장, 전략기획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윤 회장과는 2013년 7월 임영록 전 회장 취임 이전 1년 6개월가량 지주 전략담당 CFO와 경영관리부장으로 함께 일하며 신뢰를 쌓았다.
2013년 말 전략기획부 상무로 승진한 양 부회장은 LIG손해보험 인수를 총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윤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전무를 건너뛰고 재무 담당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양 부회장은 KB금융의 재무통으로 꼽히지만 은행에서 핵심 업무를 두루 거친 데다 지주에서 자회사 관리 업무까지 섭렵해 지주와 은행을 종합적으로 관할할 수 있는 몇 없는 인물로 언급된다. 내부에선 양 부회장만큼 은행과 비은행, 전략부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허 부회장은 3인의 부회장 가운데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온 인물이다. 경남 진주 출생으로 대구고를 졸업해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정부와 접점이 많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같은 과 79학번인 윤 대통령의 1년 후배이기도 하다. 허 부회장은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는 강점이 있다.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 대기업부 부장, 동부기업금융 지점장,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허 부회장은 윤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한 뒤 실시한 첫 인사에서 경영기획그룹 전무 겸 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돼 카카오뱅크 지분투자와 설립 컨소시엄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은행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그룹 대표(부행장)에 오른 뒤에는 탁월한 기관영업 실력을 발휘했다. 다방면의 성과를 바탕으로 허 부회장은 2017년 11월 당시 부행장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로 국민은행장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 윤 회장은 은행장 겸직을 내려놓으면서 허 부회장을 직접 국민은행장으로 앉혔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유일한 외부 후보인 김병호 HD은행 회장은 하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은행과 지주에서 다양한 업무를 두루 맡은 '전략·재무통'이자 글로벌 영업 경험이 풍부한은은행업 전문가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61년생으로 명지고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시절부터 ‘젊은 최고경영자(CEO)’로 촉망받던 김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 뉴욕지점장, 하나금융지주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CFO) 등을 지냈다.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하나은행장을 맡아 외환은행과의 통합 기반을 다졌고 2015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5월부터 HD은행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2020년 KB금융 회장 선임 당시에도 유일한 외부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은행연합회장 롱리스트에도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숏리스트에 올랐으나 본인 의사 타진 과정에서 고사 의사를 밝혔다. 올해 초에는 우리금융 회장 1차 후보군으로 선정된 바 있다.
회추위는 다음달 8일 2차 숏리스트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뒤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게 되면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 절차를 거쳐 11월 20일에 개최되는 주총을 통해 회장으로 선임된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서로 존중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 모든 후보들께 감사드린다”며 “KB금융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에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